“집주인한테 전세금을 못 받게 됐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강남구에서 영어로 진찰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소개해주세요” “고지서에 영어 안내가 없어서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어요”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3층에 있는 서울글로벌센터에는 팍팍한 ‘한국살이’ 를 호소하는 외국인들의 하소연이 끊이질 않는다. 서울시가 거주 외국인에게 각종 생활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문을 연 지 한달 보름만에 하루 400~500명씩 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서고 있다.
사연도 가지가지. 비자를 연장해야 한다거나, 자신 명의의 휴대전화와 은행계좌를 개설하고 싶다거나, 신용카드 갖는 방법을 묻는 것은 이젠 고전적인 주제가 돼버렸다. 서울이, 한국이 그만큼 외국인들 살아가기에 매력적이지 못하고 불편하다는 얘기다.
우리가 동북아 메갈로폴리스(초광역경제권) 경쟁에서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는 ‘금융허브’ ‘IT(정보기술)허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바로 사람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상수 인사조직실장은 “어떠한 전략, 어떠한 핵심산업을 들고 나와도 글로벌 경쟁력은 사람 없이는 확보할 수 없다”며 “특히 전세계 상위 2~3% 이내의 글로벌 인재 유치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런던시가 이달초 발표한 ‘세계 50대 금융센터지수(GFCI)’ 보고서도 금융허브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5가지 요소 가운데 최대의 승부처로 숙련된 금융인력의 확보 용이성을 꼽고 있다.
하지만 국가ㆍ도시의 글로벌화 평가에서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내 경쟁지역보다 한참 뒤처져 있는 게 100만 외국인 시대에 접어든 우리의 현주소다. 서울시에 따르면, 세계 500대 기업 중 외국국적으로 본사 또는 아시아본부를 우리나라에 두고 있는 기업은 푸르덴셜자산운용 단 1곳일 정도로 글로벌 기업, 인력으로부터 소외받고 있다.
글로벌 인력의 양적인 면 뿐 아니라 질적 측면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체류 외국인 가운데 전문인력으로 분류될 수 있는 비율은 3%가 채 되지 않고, 그나마 영어강사가 대부분이다.
글로벌기업이 국내에 세운 연구개발(R&D)센터마저도 해외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6년 당시 글로벌기업의 R&D센터 10곳 중 8곳은 외국인 연구원의 비율이 2%가 못됐다.
전문가들은 “고급 글로벌 인력이 수도권 메갈로폴리스를 외면하는 이유는 비즈니스나 R&D 등의 기업활동이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문제는 일상생활 등의 제반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생활여건이 싱가포르 홍콩 일본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일본 오사카의 일본아스트라제네카 본사에 근무하고 있는 손지웅 임상의학부 전무는 “외국인 전용 클리닉이나 외국인학교 등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데다 특히 안전한 나라이기 때문에 언어적 제약이 생활하는데 있어 큰 장애가 되지 않는다”며 “한국보다 외국인이 활동하기에 수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글로벌 도시환경 조성 계획도 주로 글로벌 생활환경 기반을 구축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의 외국인 주거 환경, 의료시스템, 교육 등의 제반 인프라가 선진국 전문인력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취학 연령대의 외국인 자녀는 7,000명이지만 21개 외국인학교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5,800명에 불과하다.
이 관계자는 “인천 송도 같은 경제특구에서는 허용되고 있는 해외 유수의 대학 등 고등교육시설이나 의료기관도 서울에 유치할 수 있다면 외국인 전문인력에게 더욱 매력적인 곳이 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 실장은 “고부가가치를 낳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글로벌 인재가 싱가포르나 일본보다 우리나라를 택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유인책이 나와야 한다”며 “소득세 법인세 등의 세제 혜택, 주거 지원, 장기 체류가 가능토록 비자 문제 등에서 다른 선진국보다 더 적극적인 혜택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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