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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내한공연 美현대연극 거장 리 브루어 이메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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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내한공연 美현대연극 거장 리 브루어 이메일 인터뷰

입력
2008.03.1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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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가르드 연극의 전설적인 거장’ ‘마법사와도 같은 연출가’. 미국 언론은 그를 이렇게 부른다. 실험성으로 유명한 극단 마부 마인의 창단 멤버이자 연출가 겸 극작가인 리 브루어(71).

그는 고전을 재해석한 <마부 마인 리어> <콜로노스의 가스펠> <피터와 웬디> 를 비롯해 혁신적인 연극을 끊임없이 선보였으며 그의 손에서 브로드웨이 토니상에 비견되는 오프브로드웨이의 오비에상 수상작이 8개나 나왔다.

그런 그가 2003년 뉴욕에서 초연한 연극 <마부 마인의 인형의 집> (4월 3일~6일 LG아트센터)을 들고 한국을 찾는다. 2000년 <하지> 로 서울연극제에 참가한 이후 두 번째다. <마부 마인의 인형의 집> 은 페미니즘의 고전인 헨리크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 에 리 브루어의 색깔을 덧입힌 작품이다.

노라의 남편 토어발트를 비롯한 남성 배역에는 키가 130cm도 안 되는 왜소증의 남성들을, 주인공 노라를 포함한 여성 배역에는 큰 키의 배우들을 캐스팅해 키 차이를 극대화한 설정으로 화제가 됐다. 12개국의 25개가 넘는 도시에서 공연됐으며 국내에서도 여러 공연 기획자가 욕심을 냈던 작품이다. 이메일로 미리 만나 본 그는 “한국에 다시 오게 돼 설레지만 약간 두렵기도 하다”고 방한 소감을 밝혔다.

“한국 관객이 포스트모던 성향이 강하고 반어적인 해석을 지닌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습니다. 2000년에 공연한 <하지> 는 시적이고 추상적이었지만 컨셉트가 명확했고 감정적으로도 익숙한 것이었거든요.”

정치적인 언급을 원할 때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고전을 각색하는 방식을 택한다는 리 브루어는 여성 해방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미국 정치계, 특히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의 경선 캠페인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여권 신장을 위해 아직 우리는 갈 길이 멉니다. 입센의 <인형의 집> 이 쓰여진 19세기에 여성이 권력을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였다면 21세기에는 권력을 가진 여성이 동시에 사랑을 가질 수 있는지가 중요한 이슈입니다. 남자들은 권력이 있는 여성들을 멀리하려 들기 때문에 여전히 남녀의 관계에서 권력의 균형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리 브루어는 본래 영화에 관심이 많았지만 어린 시절을 보낸 로스앤젤레스에 대형 스튜디오만 있을 뿐 독립 영화가 전무했던 까닭에 자연스레 실험 연극에 이끌리게 됐다. 이번 공연에서 그의 혁신성은 입센의 원작을 거의 그대로 쓰면서도 그 속에 감춰진 아이러니를 강조하는 데서 발휘된다. 키 작은 남자배우를 쓴 아이디어는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연출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에게서 얻었다.

그는 “1968년 <코리올란> 을 연출한 브레히트는 귀족 영웅을 군인보다 작은 사람들로 기용해 귀족이 만화 속 인물처럼 보이게 하는 ‘크기의 정치(Politics or Scale)’를 처음 무대에서 활용했다”면서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키 작은 남성들을 통해 가부장적 제도를 풍자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입센 시대에 페미니즘이 그랬듯 미국에서 키 작은 사람들의 정치 운동이 생소한 만큼 키 작은 배우들의 움직임이 소원해져 가고 있는 페미니즘의 영혼과 힘을 다시 고취시킬 것으로 믿은 거죠.” 리 브루어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영화 배우로 활동하며 주로 특이한 캐릭터를 연기해 온 키 작은 남자 배우들이 모처럼 맡은 정극 연기를 매우 즐거워했다”는 후일담도 덧붙였다.

연출가보다 작가로 불리길 원하는 거장의 연출 철학이 궁금했다. “내가 직접 쓴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게 내 철학입니다. 작가로서 나는 연출이란 글을 마지막으로 개작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전을 각색해서 올리는 작업은 이제 충분히 한 것 같네요.” 공연 문의 (02)2005-0114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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