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트 리 앨런 / 생각의나무"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 그 자체다"교황청의 세계화시대 '신 7대 죄악'
잘 쓴 음식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입맛(?)을 돋운다. <악마의 정원에서> 는 이브의 사과 이래 인류의 금기식의 역사다. 이브가 따 먹고 낙원에서 추방당한 선악과가 과연 사과였을까. 이 책은 아니라고 한다. 원래 포도를 숭배한 유럽 남부의 기독교도가 사과를 숭배한 북부의 이교도 켈트족을 억누르기 위해 ‘사과에 가한 명예훼손’일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거부할 수 없는 팩트로 무장하고, 물 흐르듯 음식과 역사 이야기를 이어간다. 악마의>
그 기준은 단테가 <신곡> ‘지옥’ 편에서 말한 ‘7대 죄악’ 즉 색욕, 폭식, 오만, 나태, 탐욕, 불경, 분노다. 결국 빵의 문제였던 프랑스혁명, 마리 앙투아네트는 “백성들이 빵에 대해 그렇게 불만이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철없는 소리를 했다가 단두대로 갔다. 나태의 죄다. 사디즘의 원조 사드 후작은 지하감옥에 갇히면서 자위기구와 ‘악마의 엉덩이처럼 검은 초콜릿’ 두 가지만 간절히 원했다 한다. 그가 투옥된 이유도 실은 당시 지배계층만이 즐길 수 있었던 초콜릿을 하층민과 여자에게 먹이고 난교 파티를 벌였기 때문이었다. 색욕의 죄다. 저자는 만만찮은 역사, 인류학, 문학의 수많은 참고문헌에서 이런 사실들을 섭렵하고 세계 각지의 현장을 취재한 뒤, 금기식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 거침없이 요리해냈다. 신곡>
주말이라 이 책을 오늘쯤 소개할까 하던 참인데, 마침 엊그제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교황청이 1,500여년 만에 ‘신(新) 7대 죄악’을 지목했다는 것이다. 단테의 7대 죄악은 원래 6세기의 교황 그레고리1세가 정리한 것이었다. 신 7대 죄악은 ▦환경 파괴 ▦윤리적 논란의 소지가 있는 과학실험 ▦유전자 조작실험과 배아줄기세포 연구 ▦소수의 과도한 축재로 인한 사회적 불공정 ▦마약 밀매 ▦낙태 ▦아동 성범죄. 교황청은 이것들을 “멈추지 않는 세계화의 결과로 등장한 새로운 죄악들”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환경 파괴, 소수의 축재를 지목한 데는 대운하, ‘강부자’ 내각의 한국 이명박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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