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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초등생 이혜진양 피살… 무너진 마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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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초등생 이혜진양 피살… 무너진 마음들

입력
2008.03.1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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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혜진이가 아닐 겁니다. 그럴 리가 없어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딸 이혜진(11)양이 살해됐다는 비보가 날아온 13일 오후, 이양의 어머니 이모(41)씨는 믿을 수 없는 소식에 흠칫했다. 그리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딸의 죽음이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 이씨는 가슴을 후벼오는 고통에 오열하고 말았다. 금방이라도 불쑥 대문을 열고 “엄마~”하고 소릴 칠 것 같은 어린 딸을 위해 24시간 열어 놓았던 문. 그러나 이씨는 이날 그 문을 꼭 걸어 잠궜다. 그리곤 혜진이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우리 딸, 머리띠가 여기 있는데…”라며 생전에 딸이 아끼며 사용하던 머리띠를 손에 쥐고 눈물을 쏟았다. 오후 5시께부터 혜진이가 다니던 안양 명학초등학교 교장과 담임교사, 친지, 이웃들이 잇따라 찾아와 위로를 해줬지만 이씨의 오열은 멈추지 않았고, 마르지 않을 것 같은 눈물이 그의 뺨을 적셨다.

오후 7시께 인쇄소에서 일을 하다 비보를 듣고 혜진이의 아버지 이모(46)씨가 침통한 표정으로 귀가했다. 막내 딸을 찾기 위해 전국을 누비던 그였다. 그러나 그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애써 슬픔을 잊으려 걸친 한 잔 술이 그를 지탱시켜주는 유일한 힘이었다. 이씨는 기자들에게 외쳤다. “왜 이렇게 많이 왔습니까. 내가 오지 말라고 그랬죠. 돌아가 주세요.” 그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곧 이어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여경 2명이 이양 집 현관 앞을 막아선 채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다.

이양 집에서 걸어서 불과 3분 거리에 있는 우예슬(9)양의 집. 우양의 집에는 적막감만 감돌고 있었다. 우양의 부모는 기자들과의 접촉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아무 얘기도 하지 않을 테니 들어오지 말라”고도 했다. 오직 살아 있을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버텨왔는데…, 혜진양의 피살 소식은 그들에게도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두 아이의 무사귀환을 위해 발벗고 나섰던 이웃 사촌들과 62만 안양 시민들도 형언할 수 없는 비통함에 휩싸였다. 이양 집 주변에는 지역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냐”며 애통해 했다. 이양 가족과 10년 넘게 이웃사촌으로 지내 왔다는 한 아주머니는 연방 눈물을 쏟았다. 다른 50대 아주머니는 “뉴스를 보는 순간 얼굴이 다 마비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주머니는 “어떤 천하에 몹쓸 사람이 이런 짓을 저지른 거냐. 얼마 전에 혜진이 엄마를 봤는데, 얼굴이 말이 아니더라. 너무 불쌍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양 친구 김모 양의 어머니(42)는 “자식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눈물이 앞을 가린다”면서 “도대체 왜 죽인 거냐”고 정체 모를 범인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비보를 듣고 퇴근 길에 이양 집을 찾았다는 한 시민은 “딸 같은 혜진이와 예슬이가 제발 무사하길 빌었는데…”라며 “62만 안양시민 모두가 자기 딸이나 동생, 조카를 잃은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박관규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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