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이 현역의원 물갈이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공천심사위원회가 13일 ‘호남 현역의원 30% 물갈이’ 공언을 실천에 옮긴 데 이어 비(非)호남지역 현역의원 6명도 탈락시켰다. 한나라당보다는 현역 탈락 비율이 적었지만 공심위는 “이제 시작일 뿐 쇄신 공천, 현역의원 교체 흐름에 후퇴는 없다”고 공언했다.
민주당은 일단 현역을 대거 탈락시킴으로써 비리ㆍ부정 전력자 공천 배제의 흐름을 이어갔다. 공심위는 이날 새벽 광주 정동채 김태홍, 전남 이상열 신중식 채일병 김홍업, 전북 이광철 채수찬 한병도 의원을 1차 탈락시켰다. 호남 30% 물갈이 약속을 지킨 것이다. 전남에서는 탈락자 4명 모두 옛 민주당 출신이라는 점이 특징이었고, 친노 성향인 정동채 이광철 한병도 의원이 포함된 것도 예상 밖이라는 평가다.
공심위는 오후에는 다른 지역 의원들에게 칼을 휘둘렀다. 구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인제 의원을 비롯해 서울 이근식, 대전 이상민, 경기 이원영 의원을 탈락시켰다. 대신 양승숙 전 국군간호사관학교장, 김성순 전 송파구청장, 정병옥 전 대덕연구단지 관리본부 이사장, 백재현 전 광명시장이 공천장을 손에 쥐었다.
서울 영등포갑에 공천 신청했던 비례대표 김영대 의원은 같은 비례대표 김영주 의원에 고배를 마셨다. 광진을에서 추미애 전 의원과 맞섰던 김형주 의원은 일단 탈락했지만 광진갑 전략공천이 내정됐다는 후문이다.
이번 경합지역 공천에서는 총 48곳 가운데 40명의 현역의원이 공천을 신청했지만 34명이 살아 남았다. 탈락율은 15%다. 중진들은 대부분 건재했다. 서울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 유인태 최고위원, 경기는 천정배 전 법무장관, 원혜영 전 정책위의장 등의 공천이 확정됐다. 우상호 대변인도 서대문갑에서 재선을 노리게 됐다. 비례대표 출신 민병두 의원도 동대문 을에 안착했다.
공천 경합이 치열했던 전북에서는 정세균 이강래 의원 등 2명이, 전남에서 김성곤 주승용 최인기 우윤근 유선호 이낙연 의원 등 6명이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광재 의원도 수월하게 공천장을 받았다. 청와대 정무비서관, 법무비서관을 지낸 윤후덕, 박범계 후보는 참여정부 출신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김효석 원내대표 공천이 유력했던 전남 담양ㆍ곡성ㆍ구례는 박상천 대표가 측근 국창근 전 의원 전략공천을 요구하며 발표를 보류시켰다는 후문이다.
전문가들은 손학규 대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서울 강남ㆍ북 출마에 이은 쇄신 공천 바람이 민주당의 총선 가도에 희망을 던졌다고 분석한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당 지도부급 인사의 서울 출마에 이어 현역 의원까지 탈락시켜 민주당이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은 충분히 보이고 있다”며 “이명박 지지로 돌아섰던 전통지지세력을 어떻게 되돌리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14일 호남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경선 대상자를 압축할 예정이다. 현재 분위기로는 5~6명의 호남 현역의원의 추가 탈락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박상천 대표가 구 민주당 출신 인사들의 전략공천을 요구하고 일부 탈락자들이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어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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