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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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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신령

입력
2008.03.1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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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조실부모해서 자신도 오래 살 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컸다. 그래서 아버지는 환갑잔치를 꼭 하고 싶어 했다. “육십년 고생했으니 잔치상 받을 자격 있잖나!” 그런데 어머니가 성심으로 모시는 신령님이-정확히 말하면 그 신령님의 말씀을 전하는 아주머니가-환갑잔치를 치르면 자식들 앞날이 매우 안 좋다고 말했다. 자식들은 황당했다.

그러나 신령님 말씀을 막무가내로 무시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처럼 신령님을 믿지 않았지만, 미신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많은 기적을 보와 왔다. 그토록 시난고난 앓는 어머니가 아무튼 건강하게 생활한다는 것 자체를 기적으로 여기고 있었으니까. 그분의 말씀을 거스르기엔 너무나 찜찜했다. 어머니는 크나큰 두통에 시달렸다. 어머니와 자식들이 어쩔 줄 모르고 헤매는 동안, 사태를 눈치 챈 아버지가 몰래 나가서 회갑연 예약을 최소하고 돌아왔다.

아버지가 선언했다. “나 하루 먹자고 너희들 앞날을 망칠 수 있겄냐. 앞으로 환갑에 환자도 꺼내지 말아라!” 다행이라면 환갑잔치 안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된 신풍속도였다. 아버지 동무들 다 잔치 안 해서, 아버지는 덜 억울했다. 몇 년 후면 아버지 칠순인데, 그땐 제발 신령님이 잔치를 꼭 해야 자식 날 앞날이 화창하다고 했으면 좋겠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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