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서 활동하던 암살자가 대만에 입국했다는 첩보가 공개되는 등 총통 선거를 8일 앞두고 대만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홍콩 봉황(鳳凰)위성TV 등에 따르면 국민당 입법위원들은 12일 질의를 통해 “해외에서 활동중인 암살 전문가가 대만으로 들어왔다는 정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당 측은 또 레이저 불빛으로 보이는 빨간색 점이 11일 유세 중이던 마잉주(馬英九) 국민당 후보를 13분 13초 동안 겨냥한 사실을 추가로 공개하면서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2004년 총통 선거 때 천수이볜(陳水扁) 당시 민진당 후보가 저격 당해 선거가 파란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에 ‘암살자 입국’ 정보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쉬후이요(許惠佑) 대만 보안국장은 이에 대해 “마 후보 유세 당시 인근 고층 건물 등에 보안국 요원이 배치돼 있었기 때문에 문제의 불빛이 저격용 망원경에서 나왔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도 “암살자 입국 관련 첩보는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대만 언론이 이를 크게 다루지 않은 것을 미뤄 국민당의 문제 제기가 약간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저격 문제 제기를, 총통 선거를 앞두고 승리를 확신하는 국민당이 돌발 변수로 다잡은 대어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의 판세로 보면 마잉주 후보가 여당인 민진당의 셰창팅(謝長廷)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다. 대만 빈과일보의 11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41.3% 대 19.8%로 마 후보가 셰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중국시보사의 9일 여론조사도 마 후보가 49~54%의 지지를 받아 22~28%의 셰 후보를 이길 것으로 예측했다. 6개월 전부터 20% 이상의 격차로 앞서고 있는 마 후보가 이변이 없는 한 압승할 것이라는 게 대만 언론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마 후보의 우위는 셰 후보의 자질 보다는 천수이볜 현 총통의 실정에 염증이 난 대만 국민의 정서에서 비롯됐다. 천 총통은 대만 독립 노선을 추구하면서 중국은 물론 미국과도 갈등을 유발했다. 6.5% 수준이던 경제성장률이 그의 집권 이후 절반 정도로 떨어진 것도 민심 이반을 야기했다. 지난해 12월 한국 대선이 끝난 뒤 대만 총통 후보들이 “내가 대만의 이명박”이라고 밝힌 배경에는 이처럼 낮은 경제성장률이 있다.
일부 관측통은 2004년 국민당 롄잔(連戰)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30% 가량 뒤지다 저격 사건으로 판세를 뒤집은 천 총통의 선례를 상기하면서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민진당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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