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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백남준 대표작 '다다익선' 고장난 TV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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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백남준 대표작 '다다익선' 고장난 TV될 판

입력
2008.03.12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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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작품을 이렇게 관리하다니….”, “보수공사가 아니라 훼손공사 아닙니까? 숭례문 참사를 보고도 문화시설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군요.”

12일 오후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장.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이자,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인 고(故) 백남준씨의 ‘다다익선(多多益善)’을 보러 온 관람객들이 일제히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관람을 기대했던 웅장한 예술작품은 간데 없고, 공사용 그물막에 갇혀 천장에서 쏟아지는 먼지를 뒤집어 쓴 TV 덩어리만 남아 있었다.

숭례문의 교훈을 잊은 국립현대미술관의 부실한 작품 관리로 인해 백씨의 일생 최대 역작이 ‘고장 난 TV 묶음’으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 ‘다다익선’의 핵심이랄 수 있는 TV 브라운관 보호는 물론, 브라운관의 수명과 정상 가동에 치명적인 콘크리트 분진에 대한 치밀한 대책 없이 작품 보수공사를 진행하는 바람에 ‘다다익선’을 구성하고 있는 1,003개 TV 브라운관 모니터의 상당수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술관측이 최근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다다익선’ 바로 위 천장에 대한 방수공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방진 설비와 방진용 차단막을 설치하지 않아 공사 중 발생하는 합판 조각과 콘크리트 먼지들이 고스란히 작품 위로 떨어지고 있다. 미술관 직원조차 “분진막을 설치했어야 했는데, 이렇게 많이 날릴 줄은 솔직히 몰랐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미술관측의 안일한 관리 탓에 백씨가 만든 그대로의 ‘다다익선’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술관 관계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전에도 관리 소홀때문에 크고 작은 화재가 여러 번 발생했다”며 “작품에 대한 보호대책 없이 무리한 공사를 강행해 작품이 온갖 분진에 노출된데다 현재의 브라운관으로 ‘다다익선’의 영상을 제대로 구현해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 최명윤 교수는 “외부로의 운반이 어려운 예술작품 주변에서 공사를 할 때는 미리 안전조치를 취하는 게 기본”이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 또 벌어졌다”고 말했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도 “작품도 작품이지만 관람객들이 2차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측은 본보가 취재를 시작하자 “분진막 설치와 작품 주변에 대한 대대적인 청소작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다익선’의 1,003개 모니터는 이미 먼지에 오염된 상태다.

▲ 다다익선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그해 개천절인 10월 3일 설치됐다. 개천절을 상징하기 위해 1,003개의 브라운관 TV 모니터를 탑처럼 쌓아 올린 상태로 만들어졌다. 높이 18.5m, 지름 7.5m, 무게만도 16톤에 달하는 초대형 비디오 아트 걸작이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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