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숙(46ㆍ여)씨 일가족이 피살된 직후 경찰이 김씨 오빠의 신고를 받고 출동, 사건 현장인 김씨 집 안까지 들어갔으나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 채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출동 경찰의 허술한 대처로 엽기적 살인범을 검거하지 못하고, 자살하게 만든 셈이다. 경찰은 또 이 같은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경찰과 김씨 유족에 따르면 김씨 일가족 실종 8일 뒤인 지난달 26일 김씨 오빠가 마포경찰서 모 지구대에 ‘동생 일가족의 실종이 의심된다’며 신고했고, 경찰이 김씨 집으로 출동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7시30분께 열쇠공을 불러 현관 문을 따고 집에 들어간 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은 이상한 점이 없다며 철수했다. 2명의 경찰관은 김씨 오빠와 함께 집안을 둘러봤지만 청소가 돼 있어 혈흔 등은 발견하지 못했고, 침대 매트리스가 베란다에 널려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의심을 하지 않았다.
김씨 오빠는 “지난 3일 다시 경찰에 신고한 뒤 동생 집에 가보니 그때서야 침대 매트리스가 밖에 나와 있는 것이나 전등갓이 깨진 것이 수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람은 없는데 컴퓨터만 켜져 있다는 걸 좀 더 의심했더라면 수사가 빨리 시작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출동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집에 사는 거주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갈 때는 경찰관이 입회해야 한다는 규정만 지켰을 뿐”이라고 발뺌했다.
한편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번 사건을 이호성(41)씨의 단독 범행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그러나 정확한 범행시간과 사라진 7,000만원의 행방을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너무 성급하게 결론을 내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김씨의 집과 승용차에서 지문 15개를 확보했다”며 “이 중 김씨 승용차에 있던 생수병에서 나온 조각 지문 1개가 이씨의 것과 정확히 일치했다”고 밝혔다. 사건 현장과 자동차에서 이씨 지문이 나왔으므로 단독 범행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 일가족의 정확한 피살 시간을 파악하지 못한데다, 김씨 통장에서 현금으로 인출된 1억7,000만원 중 7,000만원의 용처도 규명하지 못한 상태다. 이씨가 범행 후 연고지인 광주로 내려가 지인들과 만남을 가지는 등 자살 전까지 여러 사람을 만난 사실이 드러나 공범 유무 및 사라진 7,000만원의 행방을 수사할 수 있는 단서로 떠올랐는 데도 수사를 애써 외면하는 듯한 분위기다. 경찰은 “공범 여부를 더 확인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경찰 주변에서는 경찰이 인사를 앞두고 이번 사건을 자살한 이씨의 단독 범행으로 서둘러 마무리지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번지고 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