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비례대표 출마나 비교적 지지 기반이 강한 경기 지역 출마라는 쉬운 길을 버리고,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르는 길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고 판단된다.
그의 선택은 국민적 찬사 속에 '개혁공천' 방침을 굳히고도 실제로는 지지부진하기 짝이 없었던 민주당의 공천 작업, 특히 호남지역에 집중된 '출마 희망'을 정리하는 데 자극제가 될 만하다.
당장 정동영 전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가 서울 동작을 출마 결의를 다졌고, 박상천 공동대표나 김효석 원내대표 등에 대한 수도권 출마 압력도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이 대대적 '물갈이'로 이어질 경우 현재의 공천 진통은 많이 덜어질 수 있다.
손 대표의 결단이 민주당의 공천에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한나라당의 공천은 물론, 전체 총선 구도에도 유의할 만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정치 1번지'로 여겨져 온 종로의 상징성으로 보아 한나라당도 박진 후보 지원에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 동안 국민의 반대에 쫓겨 떠밀리기에 급급했던 민주당에게는 한나라당의 이런 모습만도 새로운 활력소가 아닐 수 없다.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힘차게 일어서겠다"는 손 대표의 다짐이 얼마나 이뤄질지는 미지수지만,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듯하던 정치적 무력감을 벗을 계기는 분명히 주어졌다.
민주당이 어렵게 마련된 이 계기를 살릴 수 있길 바란다. 특정 정파에 대한 호오(好惡)가 아니라 한국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상식적 고려 때문이다. 4ㆍ9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 개혁을 뒷받침할 안정의석을 확보해야 하듯, 민주당도 최소한의 견제력은 갖출 필요가 있다.
손 대표의 정치적 위상 강화도 눈길이 간다. 일련의 결단을 통해 그는 민주당에 새로운 구심력을 형성했고, 위기에 처한 조직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지도력임을 확인시켰다. 당내 기득권이 없는 약점이 정치적 모험을 감수하는 강점으로 작용한 셈이다. 정치가 역동성을 되찾아 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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