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외교통상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친미도 친중도 없다. 국익에 위배되면 동맹이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철저히 국익에 부합하는 외교를 강조한 것이다.
표현이 강력해 보수진영 일각이나 미국측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소지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그간 강조해온 실용외교를 단적으로 정리한 표현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국익이 외교의 출발점이자 목표임은 당연하다. 한미동맹 강화가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최우선적인 외교 목표지만 국익의 잣대를 벗어날 수는 없다.
국익에 대한 고려 없이 이념적 가치가 된다면 '이념이 아니라 실용'이라는 이 대통령의 노선에도 어긋난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이념화한 친미'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씻어 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외교는 일방적 게임이 아니다. 우리만의 국익이 아니라 상대의 국익도 함께 조화시켜야 한다. 이 대통령도 "미국도 국익에 위배되면 한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장 슬기로운 외교는 미국과 한국의 국익을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가 동맹 강화 속에서 국익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외교부에 '창조적 실용주의'를 강력히 주문했다. 과거 외교부가 얼마만큼 창의적, 실용적 외교를 해왔느냐는 질책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북 관계에서도 창조적 실용주의를 거론했다. 임기 중 언제 어느 때든 자주 만날 수 있고, 일본과 셔틀외교를 하는데 북한과 못할 것이 없다면서 외교부에 새로운 자세로 대화할 수 있는 준비를 해달라는 지시였다. 대북 방관적 자세에서 벗어나 북측에 적극적인 대화의 신호를 보낸 셈이다. 북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실용외교가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결국 대통령 자신이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전 정권의 외교부가 그런 외교를 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각 때문이었다.
엄밀히 말해 외교부를 탓할 일도 아니다.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주변 4강과의 관계를 풀어나가려면 무엇보다 대통령의 창조적 발상과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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