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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친소따라 공심위 '사분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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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친소따라 공심위 '사분오열'

입력
2008.03.1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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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공천 심사 마지막 단계에서 한 걸음도 못 나가고 있다. 당의 텃밭인 영남권과 서울 강남권 공천심사를 앞둔 지금 갈등과 긴장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공천이 주춤거리고 어지러워진 데는 무엇보다 계파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는 공천 작업 초반 ‘공천배제 기준’을 둘러싼 갈등을 일시 봉합하기도 했지만 이내 곳곳에서 이해가 엇갈리면서 격렬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특히 영남권 공천이 목전에 이르자 양대 계파의 갈등은 폭발 직전까지 치닫고 있고 이 거친 싸움에 공심위는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양대 계파간 알력만 있어도 그나마 좀 나았을지 모른다. 최근 공천 심사가 한층 더 어지러워지는 데는 MB계 내부의 세 싸움도 한 몫 하고 있다. 친이계 실세들의 분화 내지는 권력다툼이 진행되고 있고 이런 역학 관계가 공천에 끼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통합민주당의 ‘공천 쇄신’이 여론의 지지를 받자 MB계 한 핵심그룹이 “우리도 쇄신을 하자”며 서울 강남권 K의원을 교체하려 하자 MB계 다른 그룹이 이를 결사 반대했다.

이런 대립은 공심위로 넘어와 양측을 대변하는 공심위원들끼리 격한 언쟁을 벌이다 끝내 결론을 내지 못하고 마는 식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11일 “친이 성향 공심위원들은 이미 분화된 상태”라며 “최근 공심위 파행의 주된 이유는 친이 성향 공심위원들간 다툼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강재섭 대표도 소계보 보스로서 자파 인사를 챙기며 공천에 개입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런 개입과 힘겨루기에는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이처럼 노림수와 역학구도가 어지럽게 얽히고 설키면서 공심위는 파행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심위가 이 계보, 저 계보의 눈치를 보다보니 공천 잣대도 오락가락이다. 공심위원들도 자기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계파 이익을 관철하는 역할에 만족하는 모양새다. “공심위원들이 계파 대변인으로 전락했다” “역대 최악의 공심위”라는 비아냥마저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으로는 당의 ‘주인’이 없는 현상이 난맥상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15대에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당을 틀어쥐고 있었고 16대에는 이회창 총재가 주인이었다. 그래서 공천작업도 대주주의 지시 아래 일관되게 이뤄졌고 물갈이 공천도 가능했다. 17대 총선 때는 주인은 없었지만 공심위가 탄핵 역풍의 위기국면에서 최병렬 대표도 공천에서 배제하는 등 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정쩡하다. 당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쪽으로 갈라져 있고 공심위는 아예 처음부터 계파를 대변하는 인사들 위주로 짜여졌다. 한 당직자는 “공천의 콘셉트를 정한 뒤 이를 일관되게 밀고가야 하는데 그런 중심인물도, 구조도 없다”고 지적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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