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은 네자릿수(달러당 1,000원 이상)를 향해 치닫고 있고, 원ㆍ엔 환율도 3년여 만에 최고수준으로 치솟았다. ‘1달러=100엔=1,000원 시대’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원화의 ‘나홀로 약세’로 국내 물가부담은 더욱 무거워졌고, 정부의 거시경제관리도 한층 힘들어지게 됐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장중 한때 980.6원까지 치솟은 뒤, 급등락을 거듭하다 전날보다 달러당 4.7원 급등한 97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8거래일동안 무려 33.50원이나 뛰었다. 원ㆍ달러환율이 970원대에 오른 것은 2006년4월 이후 1년11개월 만이다.
엔화에 대한 원화환율도 상승속도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날 국제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환율은 미국경기침체 우려와 금리인하 전망속에 99년12월 이후 8년 만에 최저수준(달러당 101.94엔)까지 떨어진 상황. 100엔대 붕괴 가능성도 충분하다는게 시장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원ㆍ엔 환율은 100엔당 951.35원을 기록, 2005년3월 이래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융연구원 송재은 연구원은 “달러와 원화 가치가 장기적으로는 보합세를 보이겠지만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해 단기적으로는 네자릿수 환율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원ㆍ엔환율의 1,000원대 진입확률은 훨씬 높게 점쳐지고 있다.
고유가, 고원자재가가 고환율과 어울어지면서 국내 물가는 폭발 직전이다. 환율상승은 수입물가를 올려 국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기 때문. 수입가격이 크게 뛴 수입업체와 달러나 엔화 대출을 받은 기업들의 부담도 날로 가중되고 있고 해외여행이나 연수, 유학을 계획중이거나 자녀의 유학송금을 보내야 하는 가정도 환율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연구위원은 “환율 급등이 당장 수출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원자재가 급등이 지속되면 경상수지 흑자전환이 어려워 여러모로 유리할 게 없다”고 지적했다.
외환당국은 아직까지 달러매도나 구두개입 등 어떤 움직임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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