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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입단대회 조기실시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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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입단대회 조기실시 '시끌'

입력
2008.03.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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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 "나이 제한 위기 연구생 구제"일부 연구생 "특혜 부당… 대회 한번더"

한국기원이 올해 연구생 입단 대회를 오는 26일부터 치르기로 결정했다. 연구생 입단 대회는 한동안 중단됐다, 작년에 부활된 것으로 한 해에 단 한 명만을 뽑는다.

한국에서 프로 기사 되기가 고시 패스하기보다 어렵다는 것은 이미 세상이 다 안다. 따라서 입단 대회 개최 소식은 프로 지망생 모두가 반가워 해야 할 일인데 웬일인지 이 같은 발표가 전해지자 연구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면서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이유인 즉 작년 12월에 열렸던 대회가 올해는 갑자기 3월로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얼른 생각되기에는 대회가 앞당겨졌으니 어쨌든 좋은 일이 아닌가 싶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니 한국기원 연구생 제도의 어두운 면이 적나라하다.

현재 한국기원의 남자 연구생은 모두 120명이다. 그런데 한 해에 뽑는 남자 프로 기사 수는 연구생 내신 및 일반인 입단 대회를 포함해서 모두 8명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계속 적체가 되는데 입단하지 못한 채 만19세가 되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연구생을 그만 두어야 한다.

물론 ‘재야’에서도 꾸준히 기량을 닦아 일반인 입단 대회를 통해 입단할 수 있지만 사실상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얘기다. 아무래도 연구생 시절보다 긴장감이 떨어질 뿐더러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나기도 어려워, ‘실전 무예’를 연마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따라서 연구생에서 퇴출된다는 것은 프로 지망생에게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다.

사실 한국기원이 지난 대회를 치른 지 불과 석 달만에 올해 대회를 다시 열기로 한 것도 올 3월말에 나이 제한에 걸려 퇴출당하게 된 연구생들이 너무 많아, 최근 수 년간 최대치인 무려 10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즉 이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자는 뜻이다. 물론 좋은 취지다.

그러나 세상사 모두 상대적인 것. 나머지 연구생들의 입장은 좀 다르다. 퇴출자 구제라는 ‘좋은 취지’에 드러내 놓고 반대할 순 없지만 결과적으로 기원에서 임의로 대회를 앞당겨 자신들에게 상대적인 불이익을 주었다는 주장이다. 매년 3월과 9월이면 어쩔 수 없이 퇴출자가 계속 나오게 되어 있는 현행 연구생 제도상의 문제도 한몫 한다.

이번 퇴출자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은 부당하다며 9월에도 한 번 더 연구생 입단 대회를 개최해 달라는 내용의 연명 건의서를 학부모들이 작성, 기원 측에 전달키로 한 데는 그 같은 속내가 있다. 이에 대해 기원 측은 4월에 열릴 기사 총회에서 논의해 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프로 바둑계의 문호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은 여러 경로를 통해 무수히 나왔다. 2부 리그를 만들자는 얘기도 있었고 얼마 전에는 유창혁 9단이 아마추어 기사들에게 프로 기전 출전을 허용하자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 잠시 그때 뿐,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최근 청소년들에게 바둑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나마 바둑을 평생의 업으로 삼겠다며 열심히 매진하고 있는 10대 유망주들은 근거도 확실치 않은 나이 제한에 걸려 프로의 꿈을 접어야 하는 현실이다. 이를 지켜보는 일이 버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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