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방 건설사들 '공포의 샌드위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방 건설사들 '공포의 샌드위치'

입력
2008.03.11 15:11
0 0

중견 건설사인 A사가 경기 남양주시에 짓고 있는 아파트 공사 현장. 골조공사 단계에 있는 이 현장은 요즘 제대로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하루 50톤의 철근이 필요한데 이중 70% 정도만 겨우 공급돼 모든 공정이 뒤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장기계약으로 자재를 공급 받아 중소 건설사보다는 다소 나은 편이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치솟는 철근 값 부담을 고스란히 원가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 파주시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는 한 대형건설업체 공무팀장은 “작년 상반기 공사 착공 시 46만원 하던 철근값(10㎜ 기준)이 현재 73만원까지 뛰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건설업계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업체들이 주택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는 바람에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7만3,772가구였던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올해 1월 말 현재 12만5,000가구(추정치)로 두 배나 급증했다.

원자재 대란과 미분양 증가는 건설업계의 목을 조이고 있다. 특히 주택 건설 비중이 높고 규모가 작은 지방 건설사들은 부도 공포에 휩싸여 있다. A건설사의 김모 현장사무소장은 “지금은 단순히 업계의 수익성 악화로만 볼 상황이 아니다”면서 “한순간에 엄청난 (부도)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우려는 벌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철근ㆍ콘크리트, 토공, 미장ㆍ방수 등 전문건설 업계에서는 이미 부도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 2월 부도 회원사는 각각 19개로, 지난해 1월(14개), 2월(10개)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해 신일건설 효명건설 세종건설 등의 중견 건설사의 잇단 부도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 미분양을 안고 있더라도 신규 분양이 조금씩 이뤄지면 돈이 돌아 건설사와 협력 업체들이 버틸 수 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이홍일 연구위원은 “분양가 상한제 여파로 밀어내기식 분양이 늘어 연말에는 미분양 물량이 20만 가구까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원자재 값도 정부가 단속한다고 해서 내릴 상황이 아니라 건설업체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반면 아직까지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이 외환위기 수준에 이르는 등 상황은 좋지 않지만 건설사들이 지금까지 재무구조를 튼튼히 해왔기 때문에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