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현기증이 날 정도로 오르는 원ㆍ달러 환율이 시장과 전문가들 모두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하루사이 10원은 우습게 오르내리는 출렁임까지 겹치면서 환율 전망은 더욱 안갯속인 상황. 급격한 변화는 당장의 환율 급등이 내심 반가운 쪽이나 고통스런 쪽 모두에게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왜 오르나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불거진 이후, 미국 달러화는 사상 유례없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 등 세계 대다수 주요 통화에 대한 가치가 거의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유독 원화만은 달러화에 맥을 못 춘다. '나홀로 약세'인 상황이다.
1차적 원인은 국내 수급불균형이다. 올들어 경상수지 적자행진이 이어지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연일 대규모 주식 순매도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3ㆍ4월에 집중되는 외국인들의 주식배당금 본국 송금 등 원화를 달러로 바꾸려는 급격히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신용경색 현상에 따른 달러화 매집세, 즉 외화자금 시장에서의 수급 불균형도 한몫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 경색으로 해외자금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은 앞다퉈 달러확보에 나서는 상황.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하고서라도 원화를 빌려주고 대신 달러를 빌리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아무리 국제시장의 펀더멘털은 '약(弱)달러'라해도, 국내적으론 '강(强)달러'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1달러=1,000원선 넘나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한, 원ㆍ달러 환율이 장기간 계속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올 하반기로 갈수록 환율은 현재 수준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워낙 불안정해 일시적으로 달러당 1,000원선을 넘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재철 연구위원은 "3년에 걸쳐 내려갔던 환율 폭이 단 3,4개월 만에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은 분명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며 "설마 100달러를 넘을까 했던 유가가 순식간에 선을 넘었듯 환율도 시장의 심리가 쏠리면 언제든 1,000원선은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번 달 미국의 금리인하 전까지는 국제금융시장이 일대 혼란기여서 그 때까지는 환율 변동성도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경제연구원 표한형 연구위원도 "최근 급등 현상을 장기추세의 반전으로 보지는 않지만 단기적인 1,000원선 돌파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며 "미국의 신용경색이 어느 수준으로 얼마나 갈 것인지가 향후 환율 움직임의 최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반대시각도 있다.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홍승모 과장은 "경제의 펀더멘털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네자리수 환율을 언급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김두현 차장은 "환율이 장중 10원 가량 급등락한 점으로 볼 때 추가 상승 여부는 미지수"라며 "단기적으로 980원선이 강한 저항선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원ㆍ엔환율은 100원당 1,000원 돌파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금의 기본흐름은 달러약세-엔화강세 기조이기 때문에, 엔ㆍ달러환율은 얼마든지 100엔 밑으로 떨어질 수 있고 이 경우 원ㆍ엔환율은 쉽게 1,000원대로 올라설 것이란 얘기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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