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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기 극장가의 코드는 스릴러+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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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기 극장가의 코드는 스릴러+판타지

입력
2008.03.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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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신청 하고 개강파티 가느라, 가족과 나들이 다니느라 극장으로 향하는 발길이 뜸해지는 봄이다. 비수기에다 지난해 제작편수 감소 여파가 겹치면서, 새로 개봉하는 한국영화 보기가 힘들어졌다. 4월까지 예정된 국내 작품이 1주일에 한 편 꼴. 지난해의 절반에 불과하다.

사람들의 눈길을 확 잡아 끄는 외화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개봉을 앞두고 이런저런 영화들이 벌이는 신경전은 뜨겁다. 여름 성수기까지 두어 달의 틈새시장. 박스 오피스 정상을 노리며 숨을 고르는 작품들의 ‘코드’는 무엇일까.

■ 더 세게, 더 빠르게, 더 오싹하게

개봉 5주차에 접어든 <추격자> (감독 나홍진)가 여전히 박스오피스 정상을 유지하며 400만 관객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스릴러=여름’이라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 배급업체들 사이에는 계절과 상관 없이 흥행을 기대할 수 있는 장르로 스릴러가 자리잡은 듯하다. 올 봄 극장가에서도 스릴러의 열풍은 계속된다.

영화계 안팎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작품은 (4월 3일 개봉). <알포인트> 의 공수창 감독이 4년 만에 내 놓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비무장지대 안의 경계 초소 GP(Guard Post)에서 전 소대원이 몰살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그 원인을 추적해 가는 것이 영화의 얼개다. 사건 해결을 위해 투입된 21명의 수색대도 고립되고, 의문의 사건은 되풀이된다. 총 65억원의 제작비를 쏟아 부어 만든 음습하고 기괴한 살육극의 질감이 기대된다.

27일에는 ‘마취 중 각성’이라는 의학적 기현상을 소재로 삼은 스릴러 <어웨이크> (감독 조비 해롤드)가 개봉한다. 전신마취 수술 중 몸은 움직이지 않으나 신경은 깨어 있어 고통을 그대로 느끼는 백만장자의 경험을 통해, 색다른 서스펜스와 반전을 담아낸다. 지난해 비슷한 소재로 만든 <리턴> (감독 이규만)의 흥행 성적을 넘어설지가 관심사다.

4월 17일 개봉하는 <킬 위드 미> (감독 그레고리 호블릿)는 ‘인터넷 생중계’라는 UCC(손수제작물) 시대의 트렌드에 살인이라는 소재를 접목했다. 인터넷을 통해 잔인한 고문을 중계하는 살인 사이트 운영자는, 많은 사람이 접속할수록 더 빨리 피해자가 죽게 된다는 충격적인 ‘게임’을 네티즌에게 제안한다. 미국 개봉 당시 평단의 반응은 “실제로 모방범죄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것이었다.

같은 날 개봉하는 <패솔로지> (감독 마크 쇼엘러만)는 미국의 유명 대학 병원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살인 게임을 다룬 메디컬 지능 스릴러. 미국 드라마 시리즈에 등장하는 부검의와 같은 병리학 의사들이 주인공이다. 병원이라는 공간이 자아내는 금속성 공포가 섬뜩하게 다가올 듯.

■ 상상력과 꿈, 환상을 눈앞에

스릴러와 함께 박스오피스 정상을 노려봄직한 작품들은 판타지. 지난해 그다지 재미를 못 봤던 판타지 장르가 <반지의 제왕> 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화려한 비주얼과 독특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영화들이 봄 시즌 개봉을 앞두고 있다.

13일 개봉하는 <10,000BC>(감독 롤랜드 에머리히)는 개봉 직전까지 철저히 모습을 감추고 있는 블록버스터다. 미국, 영국, 스페인 등에서 작품성에 대한 혹평에도 불구하고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기원전 1만년의 세계, 태초의 권력투쟁이 영화의 내용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볼거리. <인디펜던스 데이> <투모로우> 등을 통해 ‘중요한 것은 크기다’라고 역설했던 에머리히 특유의 스케일이 장관이다.

너무나 유명한 스코틀랜드 네스호의 괴물. 근데 그 괴물이 본래 누군가의 애완동물이었다면? 20일 개봉하는 <워터호스> (감독 딕 킹 스미스)는 욕조 안을 헤엄치던 귀여운 ‘앵거스’가 전설 속 동물 ‘워터호스’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뉴질랜드와 스코틀랜드를 오가며 찍은 대자연의 청량감, 소년과 워터호스의 우정과 모험이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포비든 킹덤> (감독 롭 민코프ㆍ4월 24일 개봉)은 동양의 전설과 할리우드의 제작진이 만나 펼치는 판타지 모험극. 평범한 소년 제이슨이 최강의 무공을 지닌 청룽, 리롄제와 함께 전설의 마스터를 찾아가는 흥미진진한 여정을 담는다. 미지의 세계와 쿵푸, 화려한 액션까지 소년적 감수성을 두루 갖췄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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