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따로 손발 따로, 더 이상은 안 된다.”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구 정권에서 임명된 주요 인사들의 퇴진 요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총대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맸고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추임새를 넣었다 안 원내대표는 11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국정파탄세력이 아직도 요직에 남아 새 정부 출범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일갈하자 이 대변인은 “상식과 금도의 문제로 당연한 처신”이라고 호응했다.
특히 ‘구 정권 인사 퇴진론’이 감사원이 31개 주요 공기업에 대한 전방위 감사에 착수한 다음날 나왔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일련의 흐름으로 볼 때 ‘구 정권 인사 사퇴론’은 여권 핵심부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여권이 사퇴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인사들의 이름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KBS 정연주 사장이 대표격이고 참여정부에서 국정홍보처장을 지낸 한국방송광고공사 정순균 사장, 홍보수석을 지낸 조폐공사 이해성 사장의 이름도 나온다.
여권이 ‘구 정권 인사 퇴진론’을 치고 나온 것은 정부조직개편 진통, 조각 혼란 등이 요소 요소에 포진한 구 정권 인사들과 무관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10년 만에 일궈낸 정권교체의 민의를 국정에 반영해야 하는데 하부 단위들은 여전히 따로 놀고 있다. 손발이 안 맞는다”고 하소연했다.
청와대 안팎에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를 강하게 비판한 KBS ‘미디어포커스’의 보도가 구 정권 인사 사퇴론의 한 배경이 됐다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한 관계자는“이 보도를 본 청와대가 ‘해도 너무 한다’며 발끈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을 했다.
안 원내대표도 “(이들이) 정부, 방송, 공공기관 등 주요 포스트에 남아 각종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고 국무위원 후보 흠집내기에도 은밀히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새 정부 출범 초기만 하더라도 여권은 이들의 자진사퇴를 기다리는 쪽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미동도 없었고 오히려 총선을 버팀목 삼아 ‘버티기’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는 게 여권의 판단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작정하고 버티면 임기제가 보장된 상황에서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청와대와 여권은 대대적인 여론 공세를 통해 이들을 압박, 사퇴시키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팔장만 끼고 있다가는 껍데기만 정권 교체일 뿐 속은 노무현 정권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물론 ‘인사독식, 삭쓸이’ 등의 비판은 부담이다. 하지만 여권은 여론 전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생각하는 것 같다. 구 정권 인사들의 버티기가 상식에 어긋난다는 데 국민들도 공감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임기제가 정권교체를 명령한 민의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돼서는 안 된다”며 “구 정권 인사들은 자신들도 심판받았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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