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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의 유혹에 취한 한국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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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의 유혹에 취한 한국정치

입력
2008.03.1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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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는 여야를 막론하고 포퓰리즘 전술을 쓰고 있으며 이를 경계해야 할 시기가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정치사상학회 회장인 서병훈(53ㆍ사진)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펴낸 <포퓰리즘- 현대 민주주의의 위기와 선택> (책세상 발행)에서 “노무현 정권에서 산견(散見)되는 포퓰리스트적 정치행태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며 “문제는 이런 비민주적ㆍ반민주적 정치행태가 좌우 가릴 것 없이 한국의 모든 정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포퓰리스트(포퓰리즘 정치인)들이 감성자극적 단순정치를 펴는 방법중 하나로 대중적 언어구사를 지목한다. 특히 ‘의도된 막말의 정치학’을 구사했다는 점에 관한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포퓰리스트로 규정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2006년 12월 민주평통 자문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의 ‘난데 없이 굴러들어온 놈, 흔들어라’ ‘미국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가지고’ 같은 발언이 대표적이라는 것이다. 당시 이 발언들은 여론의 질타를 받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이미 대중적 언사가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었다고 서 교수는 분석했다.

서 교수는 더 큰 문제로 포퓰리즘 정치스타일이 정파를 막론하고 만연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군 병력을 30만~40만으로 줄여 양극화 해소 재원을 마련하겠다’ (정동영), ‘5세 이하 어린이에 대해 전면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이명박) 같이 여야 정치인들이 구체적 프로그램 없이 목전의 이익을 보장하며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고건, 강금실, 오세훈 등 탈 정치인, 반(反)정치적 성향의 정치인이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점도 포퓰리즘 현상이라고 해석한다. 그는 “정치인 같지않음을 내세우는 정치인이 인기를 얻는 반(反)정치의 정치는 결국 유권자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간다”며 “가령 2007년 대통령 선거를 몇 달 앞두고 문국현, 이회창 처럼 대중적 인기를 내세운 정치인들이 정당을 만들어 정치적 도박을 벌였는데 만일 그들이 집권하게 됐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서 교수는 노무현 정권을 포퓰리즘이라는 용어를 동원해 공격하는 보수성향 정치세력에 대해서도 “이들은 포퓰리즘현상의 확산에 대해 크게 개탄하지만 필요에 따라 포퓰리스트적인 정치전술을 채택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며 한국정치가 포퓰리즘에 감염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사진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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