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바로크 바이올린의 선구자로 꼽히는 존 홀로웨이(60)가 처음으로 한국에 온다. 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거트현을 사용하는 바로크 바이올린의 그윽한 음색으로 바흐 소나타 1번과 파르티타 2번, 비버의 파사칼리아, 텔레만의 판타지아를 들려준다. 모두 무반주 작품으로, 홀로웨이는 홀로 무대에 서서 섬세한 바로크 바이올린의 진수를 선사할 예정이다.
1975년 앙상블 에콜 드 오르페를 창단하고 고음악 단체인 런던 클래시컬 플레이어즈와 태버너 플레이어즈의 창단 악장을 맡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영국 고음악 운동을 이끌어온 홀로웨이는 비버의 미스터리 소나타 전곡 음반(1990년), 바흐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음반(2006년) 등을 통해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21일 서울 호암아트홀과 24일 통영국제음악제에서 공연을 가지는 홀로웨이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현대 바이올린과 다른 바로크 바이올린의 매력은 무엇인가.
“바로크 바이올린은 풍부한 뉘앙스와 색채, 형태를 지닌 소리를 낸다. 지난 200년간 바이올린은 크고 오래가는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발전돼왔고, 그 과정에서 본래 바로크 바이올린이 지니고 있던 섬세한 표현법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청중에게 무엇을 들으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듣는 사람은 자유로워야 한다. 어떤 악기든 관계없이 그 경험을 즐겼으면 한다.”
-어떻게 바로크 바이올린을 시작하게 됐는가.
“5세 때부터 줄곧 현대 바이올린을 연주하다 1972년 벨기에 바이올리니스트 지기스발트 쿠이켄의 워크샵에서 바흐를 듣는 순간 사랑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연주를 즐기는 모습과 가르치는 법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바흐를 접한 가장 중요한 순간이자 바로크 바이올린을 하기로 결심한 순간이기도 하다.”
-바로크 바이올린을 시작하고 30여년이 지난 뒤에야 바흐를 녹음한 이유는 무엇인가.
“스스로 준비됐다고 느낄 때까지 기다렸을 뿐이다. 바흐 이전의 음악과 바흐에게 영향을 미친 음악으로부터 출발해서 바흐에게 도착한 것이다. 바흐의 무반주 작품들은 문학으로 말한다면 가장 중요한 책과 같다. 바흐를 녹음할 때 나는 바흐의 자필 서명이 적힌 악보를 조사하는 데서 출발해 다른 연주자들이 덧붙이거나 바꾼 후기 악보들도 연구했다. 하지만 항상 원래의 악보로 돌아오곤 했다. 거기에서 다시 질문이 시작되고, 나는 나만의 답을 찾아야 했다. 바흐에 대해 말하라고 하는 것은 묘사할 수 없는 것을 묘사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
-빅토리아 뮬로바나 막심 벤게로프 등 바로크 바이올린 연주를 병행하는 연주자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40여년간 전력을 쏟았던 고음악 운동이 큰 영향력을 가지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유명한 현대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거트현과 바로크 활 사용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 역시 반갑다. 물론, 누구도 400년 전의 바이올린 작품과 당시 연주자들의 표현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현재 음악계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
-연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음악 뒤에 무엇이 놓여져 있는지, 더 깊은 의미는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표현 방법들을 시도한다. 듣는 이들이 테크닉적인 요소를 알아채지 못할 때, 그리고 음악과 관객 사이에 연주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가 음악 뒤의 어디엔가 있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연주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주의 핵심은 연주자가 아니라 작품 자체에 있는 것이다.” 공연 문의 (02) 751-9607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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