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을 앞두고 “공정한 잣대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물을 뽑아내겠다”고 자신했던 한나라당의 공천 작업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이상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당초 내세웠던 약속과 취지는 온데 간데 없고, 공천심사위원회가 오락가락 하는 잣대만 들이대다 공천 탈락자들의 격렬한 반성을 자초하는 상황이다. “공천심사위원회가 계보공천, 비리공천, 철새공천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 이어 ‘역대 최악의 공천심사’라는 비난마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10일까지 전체 245개 지역구 가운데 166개 지역의 공천자를 확정했고 ,현역 의원들은 128명 중 12명을 탈락시켰다. 불출마 2명을 포함해도 현역 의원에 대한 물갈이 비율은 10%를 조금 넘은 셈이다.
한 당직자는 “이상득 의원 등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은 일찌감치 공천을 확정해주고 다른 의원들만 대상으로 물갈이를 하겠다고 하면 당내서 수긍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공심위가 뒤늦게 영남 지역에서 현역 의원 물갈이 비율을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에 영남 지역 의원들은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천심사의 잣대가 공정한가에 대한 지적도 거세다. 당초 공심위는 “부정부패 관련자는 공천 신청도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공천에선 예외가 허용됐다. 1993년 이른바 ‘국회 노동위 돈봉투 사건’으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김택기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버젓이 공천을 받은 것이다.
공천 심사 초기에 “이른바 철새 행각을 했던 인사들은 복당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박종웅 전 의원 등의 경우 공천 신청 자격도 주지 않았지만, 정작 지난 정부의 장관에 여당 의원을 지낸 정덕구 씨는 공천을 받았다.
한 당직자는 “공천 탈락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늘 있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공심위가 너무 오락가락해 반발이 특히 심한 것 같다”며 “계보만 고려한 공천 심사를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공천 혁명을 자신했던 통합민주당의 공천 작업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날 확정한 55곳의 단수 신청지역 공천자 중에는 당론을 어기거나 정체성 혼란을 초래한 인사들이 그대로 포함돼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부터는 일부 경합지역 후보자가 확정될 예정이지만, 이 역시 호남지역의 윤곽이 드러날 주말께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호남지역 공천 주도권을 노린 박상천 대표측의 견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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