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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급등에 한숨… 국수공장 '강식품'에 가보니

입력
2008.03.1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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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실유 18리터짜리 100캔만 보내주세요. 아… 그새 가격이 또 올랐습니까? " 서울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충북 음성의 국수공장 강식품.

장인-사위 2대에 걸쳐 35년째 사람 손으로 면발을 늘이는 수연소면만 만들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6일 오후, 전화로 면실유를 주문하던 최우국 사장(44)은 불과 6개월여만에 50%나 오른 면실유 가격에 아연 실색했다.

공장에선 위생복 차림의 직원들이 국수를 만드느라 바삐 손을 놀리고 있다. 오전에 미리 해놓은 국수반죽을 숙성통에서 꺼내 기계에 넣어 늘리기를 되풀이하고, 다시 한 번 손으로 직접 늘려 말렸다. 공장에선 평소와 다름없이 기계가 돌아가고 있지만, 강식품은 창업 이래 가장 고달픈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달 11일에는 견디다 못해 국수 값을 10% 올렸다. 국수값을 올린 것은 3년 만에 처음인데 가격을 올리자마자 국수 주문이 뚝 떨어져 2월 한 달 매출은 1년 전보다 15%나 감소했다.

최 사장은 "밀가루값만 오른 줄 압니까. 다른 재료들은 물론이고 운송비, 인건비, 안 오른 게 없습니다"며 "이 회사 경영에 참여한 지 20여년 되도록 지금처럼 각종 원재료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외환위기(IMF) 때보다도 더 힘든 실정이에요"라고 하소연했다. 원가에서 40~50% 비중을 차지하는 밀가루 값은 지난해 9월 이후 거푸 올라 2년전과 비교하면 거의 곱절에 이른다.

지난달 국수 가격을 인상했지만, 각종 원자재가격의 인상 폭으로 미루어 수지타산을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밀가루 등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모두 반영하자면, 제품 가격을 10%가 아니라 30% 정도 올렸어야 합니다. 하지만 10% 인상에도 매출이 15% 주는데, 30% 올렸으면 어떻게 됐겠습니까?"

중소업체가 겪는 어려움이 비단 가격만의 문제는 아니다. 선진국에는 기술에, 중국 등 후발주자에는 가격에 밀리면서 해외 활로를 뚫기도 여의치 않다. 그러나 최근 원재료의 잇단 가격인상에 그 어려움이 더욱 심하다.

최사장은 "일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에 밀려 10년 전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한 일본 비중이 이제는 20~30%에 그치고 있습니다"며 "국수의 경우 오히려 일본에서 수입해 오는 게 더 쌀 수도 있습니다"고 말했다.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대기업에 납품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판매도 하는 등 내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

원자재 가격 폭등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앞날도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사장은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계속돼 자재 공급업자들이 수급 조절에 나서기라도 한다면, 제품 소비와 원자재 공급에서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리 같은 중소업체는 인력 조정 이외에는 비용절감 대안이 없는데,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제품이다 보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음성=홍기헌 인턴기자(광운대 행정학과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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