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차례 연기를 거듭하는 진통 끝에 모습을 드러낸 이명박 정부의 첫 검찰 진용은 대구ㆍ경북(TK)의 약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영남 출신이 사정라인을 장악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검찰에도 특정지역 쏠림 현상이 나타나자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은 지역 출신자들이 반발하는 등 인사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인사 결과를 보면 52명의 검사장급 이상 간부 가운데 경북고 출신이 모두 8명으로, 김경한 법무부 장관까지 합하면 검찰에 9명이 포진하게 됐다. 참여정부 말기 6명에서 30% 이상 늘었다. 검사장 승진자 11명 중에서도 경북고 출신은 3명으로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김 장관의 친정 체제 구축이 이번 인사의 핵심이라는 말이 나올 법한 숫자다.
검사장급 이상 전체 간부 중 TK 출신은 모두 10명으로, 참여정부 말기(8명)에 비해 다소 늘었다. 대신 부산ㆍ경남과 호남은 각각 12명에서 10명과 11명으로 축소 조정됐다.
이에 따라 대전고검 차장으로 발령 난 박철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가 사표를 제출하는 등 반발이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박 차장은 2002년 서울지검 공안1부장 때 이명박 대통령(당시 시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미운 털’이 작용했다는 분석까지 나돌고 있다. 인사 발표 직전 이승구(사시20회) 서울동부지검장이 물러난 데 이어 이상도(사시22회) 신임 서울서부지검장까지 사표를 제출해 검찰은 이래저래 어수선한 분위기다.
관심이 집중됐던 ‘빅4’자리에는 검찰 내에서도 인정하는 특수수사ㆍ기획통이 전면 배치됐다. 박용석 신임 대검 중수부장은 2001년 안기부 예산 유용과 관련한 이른바 ‘안풍사건’ 당시 강삼재 전 의원을 구속한 바 있는 특수통이다. 차동민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도 서울지검 특수2ㆍ3부장과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지낸 특수ㆍ기획통이며 박한철 신임 공안부장은 지난해 삼성비자금 사건 특별수사ㆍ감찰본부장을 지낸 기획통이다. 빅4 중 명동성 서울중앙지검장은 임명된 지 4개월이 지나지 않은 점 등 조직안정 차원에서 유임됐다.
인사를 앞두고 핵심 요직에 ‘삼성에서 자유로운 인사’를 앉힐 것을 주장했던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요구는 무위로 끝났다. 지난해 ‘떡값 검사’로 실명이 거론됐던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은 대구고검장으로 승진 발령됐으며, 역시 떡값 검사로 이름이 거론됐던 고위 간부들도 핵심 보직에 임명됐다. 사제단의 주장에 “신경쓰지 않겠다”던 법무부의 당초 인사 원칙이 관철된 셈이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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