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전주 콩나물국밥’을 해외에 선보이고 싶습니다. 조만간 현실이 될 겁니다.”
완산골명가(www.wansangol.com) 한규용(39) 대표는 요즘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일본과 중국에서 해외 체인을 내자는 구체적인 제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전주 콩나물국밥의 세계화’라는 필생의 꿈이 실현 되기 일보 직전인 셈이다. 수많은 실패 끝에 콩나물국밥과 인연을 맺은 지 7여년만의 성과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법학도였다. 그런데 1996년 부친이 운영하던 사업체가 부도나면서 인생 험로가 시작됐다. 생계를 꾸리기 위해 직장에 다녔지만, 좀처럼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자기 사업을 하겠다며 무역업과 석재 유통업 등을 닥치는 대로 해봤지만, 외환위기라는 큰 파도는 그를 실패의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여기서 쓰러질 수는 없었다. 그는 치킨 전문점을 차릴 요량으로 6개월 동안 독학으로 치킨조리법을 연구했다. 그가 하루에 쓴 닭만도 10여 마리가 넘었고, 종일 닭만 튀겨 몸에서 기름 냄새가 진동하다 보니 친구들이 “닭과 결혼했느냐”며 놀릴 정도였다.
우여곡절 끝에 99년 3월 전남 목표에 치킨집을 열었다. 창업 비용 800만원은 염치불구하고 처갓집에서 융통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배수진을 친 셈이었다. 천만 다행으로 가게는 날로 번창해 2년여 만에 가맹점 180여 개의 프랜차이즈가 됐다. 하지만 행복은 잠시 뿐, 전 세계적으로 조류독감(AI)이 창궐하면서 치킨 사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수개월 간 근근히 버텼지만 역부족이었다.
재기는 쉽지 않았다. 성공의 달콤함을 맛본 때문인지, 또 한번의 좌절을 털고 일어서기는 무척 힘들었다. 그런 그가 콩나물국밥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30여 년간 전주 남부시장에서 콩나물국밥집을 한 이모 덕분이었다.
그는 우연히 이모네 가게에서 콩나물국밥을 맛보고는 무릎을 쳤다. 해물 맛이 나는 뚝배기 국밥에다 생계란 2개를 넣어 먹는 재미가 쏠쏠한데다 숙취 해소에도 그만이었다. “전주가 물이 좋아 그런지 콩나물 맛이 다르더군요. 콩나물은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이지만, 콩나물 국밥 조리법은 까다로워 진입장벽도 충분했어요. 결국 이모를 끈질기게 꼬드겨 비법을 전수 받았죠.”
행운도 따랐다. 2001년 12월 치킨 사업을 시작했던 전남 목표에 콩나물국밥집을 내자, 치킨 프랜차이즈로 돈을 번 점주들이 완산골명가 가맹점을 내겠다고 줄을 섰다. 그런데 수도권에 가맹점이 없다 보니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결국 1년여 만에 본사를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결단을 내렸다. 브랜드 인지도는 물론, 물류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었다.
“수도권의 소비력은 모든 지방과 맞먹을 정도로 커, 수도권 시장을 잡는 게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더군요. 해외 진출 등 사업을 확대하는 데도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현재 완산골명가의 가맹점 130여 개 중 40개 가량이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메뉴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특허까지 받은 티백 육수는 콩나물국밥의 세계화를 위한 첨병이다. 14개월 동안의 연구 끝에 만든 이 티백은 인건비 부담이 많은 주방장을 없앤 게 특징이다.
또 콩나물국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육수 맛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고, 끓는 물에 20분 정도 넣어 우려내면 1개만으로도 50~60인분 육수를 만들 수 있다. “내년에는 아웃소싱과 물류 시스템 강화를 통해 200호점까지 가맹사업을 넓힐 계획입니다. 또 조만간 외국에서도 완산골명가의 전주 콩나물국밥을 맛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안형영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