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시간은 1시간 이상 빨라졌다. 휴일도 없다. 오히려 휴일이면 현장 방문이다 뭐다 더 정신이 없다. 새 정부 관가에 ‘노 홀리데이(no holydayㆍ무휴일)’ ‘얼리 버드(early birdㆍ일찍 일어나는 새)’ 증후군이 몰아치고 있다. “대국민 봉사자인 공무원이 부지런해야 국민들이 편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이 만들어 낸 신풍속도다.
10일부터 시작되는 대통령 첫 부처 업무보고도 ‘얼리 버드’ 방식이다. 이 대통령은 지방 현장을 제외하고는 부처 업무보고를 오전 7시30분에 시작해 공무원 일과가 시작되는 9시 이전에 끝내기로 했다. 업무보고 때문에 일과에 지장을 주거나 민원인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8일 장ㆍ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에서 “정부가 한 시간 일찍 일어나면 국민은 한 시간 늦게 일어나도 될 것”이라며 “새 정부는 저 자신부터 국민을 섬기는 철저한 봉사정신으로 일하려 한다”고 말했다.
당장 대통령부터 솔선수범 하겠다는 마당에 부처 장관들이 이를 떠받들지 않을 수 없다. 경제부처 장관들은 경쟁적으로 아침과 휴일을 포기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후 첫 휴일인 2일 총리와 함께 재래시장을 방문한데 이어 8일에는 판교 신도시 건설 현장을 찾았다. 강 장관은 현장에서 “이렇게 휴일에도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경제가 잘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9일에도 대통령 업무보고(10일)를 앞두고 과천청사로 출근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아침 = 업무보고, 업무 시간 = 현장방문’ 의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 오전 7시께 출근해 업무 파악을 한 뒤 업무 시간에는 주중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현장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천 현대제철ㆍ재래시장(2일), 반월ㆍ시화공단(5일), 대전 대덕단지(6일), 경제5단체장 간담회(7일), 가스안전공사(9일) 등 종횡무진이다.
가장 최근 임명된 전광우 금융위원장,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전 위원장은 “국제금융센터 소장 시절에는 아침 6시 이전에 출근했다”며 임원회의 시간을 오전 8시로 1시간 앞당겼고, 백 위원장 역시 취임식을 토요일에 갖고 업무보고를 받는 등 ‘노 홀리데이’에 동참했다.
우려도 많다. 장관들은 “직원들까지 굳이 주말이나 아침 일찍 출근할 필요가 없다”고 한결같이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기획재정부는 9일 철근 매점매석 단속과 관련, 이례적인 ‘휴일 브리핑’까지 했다. 기획재정부 한 공무원은 “당장 업무 부담이 늘어나기도 했고, 윗사람들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며 “부처 업무보고가 월요일 7시30분이면 실무진은 주말 근무는 물론이고 당일 새벽 5시에는 출근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한 경제부처 고위 관료는 “단순히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 증가보다는 자칫 정부가 과속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과연 부지런한 것이 효율이고 실용인지, 또 다른 불필요한 업무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이진희기자 river@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