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기간 중 특정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의 글을 개인 블로그에 게시했다 해도 ‘뚜렷한 의도성’이 없었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선거 관련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지나친 통제는 옳지 않다는 의미여서, 총선을 앞두고 상당한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민병훈)은 자신의 블로그에 대선 후보 비판 기사를 게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임모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재판부는 이에 앞서 지난 1월 유사한 혐의로 기소된 오모씨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로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재판부에 따르면 임씨는 지난해 9월~11월 12차례에 걸쳐 자신의 블로그에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발언과 정책 등을 비판하는 기사를 올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1인 미디어’의 성격을 띄는 블로그 게시 글은 경우에 따라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며 “그러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이 있거나 특정인을 낙선 또는 당선 시키기 위한 ‘능동적ㆍ계획적 행위’라는 판단이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일상적 취미나 관심사 수집 차원에서 2006년부터 38개 카테고리로 운영한 블로그에는 모두 4,000건 이상의 게시물이 올라 있고, 이 중 선거 관련 글은 1개 카테고리의 12개가 전부”라며 “해당 글도 다른 언론에 게재된 것을 옮긴 수준인 만큼 의도적 비방 목적이 아닌 일상적 행위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인터넷 게시물과 선거법 간의 관계를 규정한 사실상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선거 사건 수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단 재판부는 “과도한 통제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개인 관심사 차원에서 선거 관련 글을 ‘퍼 온’ 행위까지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미다. “인터넷 게시물은 출판물 등과 달리 ‘댓글’을 통한 반박 등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공간인 만큼 허용 범위도 더 넓게 볼 수 있다”는 대목에서는 인터넷 게시물의 성격 자체에 대한 유연한 시각이 엿보이기도 한다.
물론 인터넷상의 표현 자유를 무제한적으로 부여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블로그 게재 글의 대부분이 특정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이거나 개인 의견을 무차별적으로 게시하는 등 ‘선거운동’ 성격이 뚜렷할 경우 여전히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번 판결이 당장 이번 18대 총선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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