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에 나선 흑인 주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8일 실시된 와이오밍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승리함으로써 4일 ‘미니 슈퍼 화요일’패배에서 벗어나 다시 기세를 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오바마 의원은 이날 득표율 61%를 기록, 38%에 그친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누르고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와이오밍주는 오바마 의원 승리가 대체로 예견된 곳이었고 할당된 대의원도 12명뿐인 소형주여서 오바마-힐러리 대결 구도와 전체 판세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바마 의원이 11일 치러질 예정인 미시시피주 예비선거(대의원수 33명)에서도 승리할 경우 다시 대세론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시시피주는 오바마 의원이 절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는 흑인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곳이어서 대부분의 여론 조사가 오바마 의원의 무난한 승리를 점치고 있다.
때문에 힐러리 의원으로서는 대의원 158명이 걸려 있는 대형주로 4월22 예비선거를 치르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저지선을 구축하는데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힐러리 의원측은 펜실베이니아주가 인구 구성이나 경제사정 등에서 힐러리 의원이 큰 승리를 거뒀던 오하이오주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와이오밍주에서 승수를 쌓기는 했지만 오바마 의원 진영 내에서는 힐러리 의원을 ‘몬스터(괴물)’라고 비하했던 핵심 측근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크고 작은 균열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오바마의 선임 외교정책 고문으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출신이자 퓰리처상을 수상한 사만다 파워는 최근 영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힐러리 의원을 ‘몬스터’라고 부른 사실이 노출돼 결국 사퇴의 길로 내몰렸다.
파워가 6일 자신의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했으나 파문이 확대되자 오바마 의원측은 “파워가 사퇴키로 결정해 이를 받아들였다”며 사태를 서둘러 마무리 지었다. 오바마 의원측은 ‘몬스터 발언’을 방치할 경우, 미시시피 예비선거 및 펜실베이니아 예비선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조기에 화근을 제거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파워가 던진 악재는 ‘몬스터’발언 파문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파워가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공약처럼 1년 내에 미군을 이라크에서 철수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이 문제가 됐다. 파워는 “오바마가 16개월 이내에 이라크 주둔 미군 전부를 철수시키겠다고 공약한 것은 ‘최선의 시나리오’”라면서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오바마 의원이 2009년까지 이라크 전쟁을 종식시킬 것이라며 기간을 오히려 단축한 것과는 상반된 주장으로 오바마 의원 정책의 신뢰성에 상처를 입혔다. 힐러리 의원은 즉각 “오바마 의원은 이라크에 관해 사실상 아무런 계획이 없음을 드러냈다”고 공격했고 오바마 의원측은 철군 정책은 확고하다고 해명해야 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의원의 경제분야 참모인 오스턴 굴스비는 캐나다 정부 관리에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한 오바마 의원의 비판은 “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주장’일 뿐”이라고 부주의하게 말했다가 이것이 알려져 오바마 의원이 곤욕을 치러야 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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