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에 흥분하지 마세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에 던진 경고다. 5월 출범하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정부에 대한 서방의 은근한 기대에 쐐기를 박고 나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8일 모스크바 근교 별장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어떤 사람들은 내가 빨리 대통령에서 물러나 메드베데프와 협상하기를 바라겠지만, 그는 나 못지 않은 러시아 민족주의자”라고 밝혔다고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코소보 독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대,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체제(MD) 등을 두고 커져온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친 서방 자유주의자’로 알려진 메드베데프의 등장으로 완화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서방 파트너들이 메드베데프와 협상한다고 해서 더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는 러시아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대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 아래서도 반미ㆍ반서방의 푸틴식 강경 외교노선이 지속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도 “나토가 유엔(UN)을 대체하려는 시도를 계속한다면 갈등이 더욱 커질 것” “코소보 독립은 세계 각 지역의 분리주의 운동을 부추기는 행위”라는 등 서방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이 같은 푸틴의 발언은 ‘보스는 여전히 푸틴’이라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이란 막강한 권한을 활용해 푸틴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서방의 시각에도 일침을 놓은 것이다. 메드베데프 당선인도 이날 메르켈 총리를 만나 “독일이 푸틴 대통령과 맺은 협력관계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푸틴의 노선을 계승할 뜻을 분명히 했다. 아직은 메드베데프 당선인이 몸을 납작 엎드린, ‘푸틴 시대’인 셈이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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