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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공천혁명'의 사회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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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공천혁명'의 사회심리학

입력
2008.03.07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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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른바 '공천혁명'에 대한 칭송의 열기가 뜨겁다. 그 칭송은 한결같이 기존 정치권 인사들을 많이 물갈이하는 게 '개혁'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과연 그런가?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은 그 '개혁'의 정체를 좀 다른 시각에서 볼 걸 요구한다.

4년 전 제17대 총선으로 돌아가보자. 17대 총선의 가장 큰 특징은 대폭적인 물갈이 및 세대교체였다. 초선은 299명 중에 188명으로, 62.9%를 차지했으며, 40대 이하가 43.1%(129명)였다.

당시 개혁파 인사들은 열광했다. 아예 '17대 초선 만세'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논객도 있었다. 대폭적인 물갈이에 대한 찬사와 더불어 앞으로 대한민국 정치가 근본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한 이들이 많았다.

■ 4년 전과 똑같은 물갈이 요구

그러나 그런 장밋빛 낙관은 오래가지 않았다. 초선 의원들은 곧 여야 이전투구(泥田鬪狗)에서 가장 전투적인 돌격대 노릇을 하는 동시에 다선 의원들보다 더 약삭빠르다는 비난 공세에 직면했다. 부당한 비난도 있었겠지만, 물갈이를 많이 하는 게 곧 개혁이라는 등식의 허구를 입증해주는 데엔 모자람이 없었다.

그럼에도 이제 18대 총선을 맞이해 다시 '물갈이=개혁' 등식이 각광을 받고 있다. 왜 그럴까? 정치에 대한 절망의 심리 상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쉬운 이해를 위해 좀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그 절망의 심리는 이런 것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권력욕 충족을 위해 국민을 뜯어먹고 사는 집단이며, 정치는 그들 개인과 가문의 영광을 위한 출세수단일 뿐이다. 뜯어 먹더라도 돌아가면서 뜯어 먹어라. 조폭 세계에도 '분배의 윤리'는 필요하다. 고로 물갈이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과장된 표현일망정 정치권 물갈이의 본질이 '카타르시스 효과'에 있다는 건 분명하다. 정치는 '혐오산업'을 넘어 '저주산업'이 되었다. 국민적 혐오와 저주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고 대통령으로서 한때나마 인기를 얻었던 이유도 바로 그런 '카타르시스 효과' 덕분이었으며, 이명박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62.9%의 물갈이에 감격해 '17대 초선 만세'를 외쳤음에도 왜 4년 만에 또다시 '물갈이만이 개혁'이라고 주장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일이다.

그러나 분석과 대안 모색은 '카타르시스 효과'를 주지 못한다. 그 이유라는 것도 우리 모두의 의식과 몸에 녹아든 문화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렇다 할 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길은 '분배의 윤리'를 '개혁'이라고 강변하는 것 뿐이다.

정당 기능을 스스로 포기하고 외부 인사들에게 공천권을 넘겨준 '공천혁명'의 와중에서 '상향식 공천'이 실종되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그 '상향식 공천'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 모두 정직해질 필요가 있다. 이론은 아름답지만 현실은 '연고와 돈'이다.

■ 문제는 여전히 연고주의 문화

2006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회적 자본 실태 종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사회적 관계망 가입비율은 동창회가 50.4%로 가장 높고, 종교단체 24.7%, 종친회 22.0%, 향우회 16.8%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공익성이 짙은 단체들의 가입률은 2%대에 머물렀다. '상향식 공천'이 '연고와 돈'으로 타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치가 '저주산업'이 된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이런 연고주의 문화에 있는 것이지, 정치인들에게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사적 세계는 아름답게 꾸미지만 공적 세계는 쓰레기 하치장으로 쓰는 데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이걸 조금씩이나마 바꿔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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