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수 지음 김영사 발행ㆍ540쪽ㆍ1만2,000원
대낮 광화문 앞에서 충격적인 살인 사건이 터진다. 대학 도서관 사서인 중년 남자의 목이 잘리고, 환도를 휘두른 살인범은 잘린 머리를 첼로 가방에 넣곤 유유히 자리를 뜬다.
종로서 강력8반의 기민한 수사에 피살자와 같은 대학에 근무하는 사학과 교수가 금세 용의선상에 오른다. 수사팀은 이미 행방을 감춘 교수의 연구실에서 일제 시대 유행하던 춘화첩을 발견하지만, 조사를 의뢰받은 국과수 요원은 죽고 춘화첩의 행방은 묘연해진다.
시작부터 압도적이다. 같은 수법의 살인이 잇따르고, 3년 전 일본에서도 이런 엽기적 연쇄 살인이 일어났음이 밝혀지면서 소설은 한국, 일본 이어 중국으로 몸집을 불려나간다.
수사팀 요원들은 보이지 않는 적에게 하나씩 죽음을 맞고, 이런 희생으로 진시황의 불로초 설화를 허울 삼아 동아시아 지배권을 손에 쥐려는 정치 집단의 음모가 서서히 드러난다.
수다한 인물과 사건을 갈마들며 장대한 스케일의 서사를 꾸려가는 솜씨가 돋보이는 이 소설의 작가는 국문학자 유광수(39)씨. “19세기 조선사회에 대중소설이 만개한 원인을 연구하면서 느낀 스토리텔링의 재미를 21세기 한국문학에서 되살리고 싶어 소설 창작을 시작했다”는 유씨는 이 활달한 추리소설로 작년 1억원 고료의 뉴웨이브문학상 첫 수상자가 됐다.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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