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콜금리를 대체하는 통화신용정책의 지표로 새로 도입한 기준금리를 연 5%로 7개월째 동결했다.
한 쪽에선 국제 경제환경이 빨리 개선되지 않는 데다 원유가도 계속 상승해 성장률이 내려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다른 쪽에선 물가상승률이 관리목표를 벗어난 데다 높은 원자재가격으로 경상수지가 나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서도 “국내외 환경 변화가 우리 경제의 실물과 물가 쪽에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매달 봐가며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고심을 털어놓았다.
앞서 금융연구원 등은 미국 등 세계 경제의 둔화ㆍ침체 현상과 글로벌 금리인하 추세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들어 선제적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런 움직임에 부담을 느꼈을 법도 하지만, 한은은 실물부문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판단 아래 물가안정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쪽을 택했다.
금리 인하를 기대하던 시장이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것을 보면, 단기적으로 경기보다 물가변수가 더 중요하다는 한은의 결정이 공감을 얻은 셈이다.
기준금리 동결 이상으로 주목되는 것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오찬회동이다. 한은의 위상과 역할을 놓고 묘한 신경전을 벌여온 두 기관의 수장이 금통위가 열린 날 만난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특히 강 장관은 “정부조직의 하나로 정부정책에 협조해야 할 한은이 ‘독립 속의 협력공존’이 아니라 ‘고립 속의 유아독존’에 빠져 있다”는 생각을 줄곧 드러냈고 한은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반발해온 터여서 더욱 그렇다.
회동 결과는 “정부는 한은의 자주성과 통화신용정책의 중립성을 존중하고, 한은은 경제정책과 경제상황 인식공유 등 정부와의 정책협조를 강화한다”는 상식적 수준을 넘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세계경제에 몰아 닥친 거센 풍랑을 지혜롭게 헤쳐가야 할 두 사람이 직접 대면한 것만으로도 모양은 좋아 보인다. 하지만 자동차의 생명이 엑셀레이터와 브레이크이듯이, 정부와 한은이 견제와 균형의 추를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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