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다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할까.
지방도로 확ㆍ포장 공사 현장소장을 맡은 모 토건회사 A(당시 41세)씨는 2003년 7월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하다 가슴이 답답해져 오후 8시께 현장사무실로 돌아왔다. A씨는 부하직원으로부터 다음날 작업계획 등을 보고 받은 뒤 소장실로 들어갔지만, 잠시 뒤 소장실에 딸린 화장실 내 좌변기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곧 119구급대가 출동했지만 A씨는 오후 9시께 사망했다.
부검 결과 A씨는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벽에 콜레스테롤 등이 쌓여 동맥벽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관상동맥 죽상경화증’이 있었다. 즉 A씨는 대변을 보며 아랫배에 힘을 주는 바람에 심장으로 공급되는 혈액이 갑자기 감소, 급사한 것이다.
이 때문에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담배를 펴 심장질환을 일으킬 요인이 있는 등 업무와 관련이 없다”며 유족급여 지급 등을 거절했고, 유족들은 법원에 소송을 냈다.
대법원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이 사건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숨진 장소가 현장사무실 내 화장실로, A씨의 배변 행위는 업무수행 중 수반된 행위”라며 “관상동맥 죽상경화증은 업무 스트레스로 악화할 수 있고, 이 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배변 행위로 급사한 만큼 업무상 재해가 맞다”고 설명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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