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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승마교육원 무료교육 인기질주/ 말등 오르니 마음은 "말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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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승마교육원 무료교육 인기질주/ 말등 오르니 마음은 "말달리자"

입력
2008.03.0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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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라는 승마. 생명이 있는 말과 혼연일체가 돼야 하는 운동이다. 자동차 같은 기계는 내 맘대로 조작이 된다지만 말과는 완전한 교감을 이뤄야만 한다. 해서 말타기의 기술은 내 몸을 태운 말이 잘 달릴 수 있도록 말을 구슬리고 달래는 것, 즉 ‘애마(愛馬)’에 달려있다.

새 봄의 기운이 물씬한 요즘 말과 호흡을 맞추러 나선 이들이 있다. ‘귀족 스포츠’라는 타이틀에 폼 나는 승마를 배우려는 이들이다. 과천 경마장 한쪽에 있는 승마교육원에서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무료 승마 강습을 받는 현장이다.

일요일 아침 말 냄새 짙게 밴 승마교육원으로 강습생이 하나 둘 들어왔다. 오전 9시30분이 되자 교관은 강의실 문을 닫아 걸고는 참석자 출석을 부른 뒤 3명을 1개 조로 팀을 꾸려 말을 배정했다. 원래 오전반 강습인원은 30명이지만 이날 참석 인원은 16명. ‘공짜’ 강습이다보니 늦잠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 ‘의지박약’의 수강생들로 결석률이 높은 편이다.

강습생들은 마방(마구간)으로 가서 무거운 안장을 직접 말에 얹었다. 이날은 총 8회 강습중 4일차. 안장 매기가 아직 익숙치 않은 탓에 다들 쩔쩔맨다. 한쪽을 채우고는 다른 쪽을 마저 채우려 말을 돌아가는데 “말 뒤로 가면 어떡하느냐”는 교관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말의 뒷발질 때문에 말 뒤로 이동하는 것은 금물이다. “보험 처리 다 된다지만 승마 배우려다 예쁜 얼굴 망가져서야 무슨 소용 있습니까.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입니다.” 교관의 애정 어린 당부가 이어졌다.

준비된 말을 이끌고 실내승마장에 와서 본격적인 말타기가 시작됐다. “준비된 사람은 기승 바랍니다.” 교관의 지시가 떨어졌지만 대부분 제대로 말에 올라타지 못해 끙끙거린다. 뒤에서 받쳐주는 동료의 도움을 받아가며 가까스로 말에 올라탔다. 말 등 높이는 160㎝ 가량. 실제 말 등에 오르면 2층 난간에 걸터앉은 느낌으로 높이의 공포가 느껴진다.

한쪽 어금니 사이로 혀를 차는 ‘쯧쯧’ 소리에 말들이 걷기 시작했다. 조금씩 속도를 내고 속보에 들어가자 말 잔등에 실린 몸이 크게 들썩거린다. ‘몸을 곧게 펴고 여유있게 고삐를 쥐어야 한다’고 배운 게 머릿속에서 맴돌지만 요동치는 몸이 제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오래 전부터 승마를 꿈꿔왔다는 홍영은(34)씨는 “아직은 초보지만 말하고 하나 되는, 리듬을 함께 타는 그 느낌이 좋다”고 했다. “골프나 스키에 비해 비싸지 않고, 또 승마처럼 폼 나는 스포츠도 없지 않느냐”는 홍씨는 “자세가 곧아지고 살도 빠지는 등 장점이 많아 주변 친구들도 관심이 많다”고 했다.

트랙 가운데 난로 옆에서 순번을 기다리는 강습생들은 모두 전산추첨을 통해 처음 만난 사이다. 하지만 그새 친해져 서로의 말 타는 자세를 일러주고, 각 말의 성격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복장은 수수한 평상복. 제대로 말을 타게 될 때까지는 막 입는 옷이 낫다. 말 냄새가 배기 때문에 가장 낡은 옷을 입고 온다는 강습생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그 냄새 때문에 미안한 생각도 든다”고 했다.

30분 가량 말타기를 마치고 내려온 민지현(25)씨는 주머니에서 각설탕을 꺼내 말에게 먹이고는 연신 말을 쓰다듬었다. 민씨는 “영국에서 대학 다닐 때 이웃집 부부가 주말이면 캐러밴에 말을 싣고 승마하러 다니는 모습을 보고 꼭 말을 타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강습이 끝나면 동호회 가입 등을 통해 사설 승마장을 이용, 승마를 계속할 생각이다.

“마사회 초급 강습을 마치면 제법 말을 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양희원 교관은 “턱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이번 강습은 승마를 배우는 과정의 100분의 1 정도에 불과한 맛보기일 뿐, 이곳을 졸업해도 상당 기간 넓은 푸른 초원 대신 고정 트랙에서만 달려야 한다”고 했다. 스키는 1년에 3,4번만 타도 실력이 늘지만 승마는 꾸준히 집중적으로 오랜 시간 말과 함께 해야 된다는 게 양 교관의 설명이다.

강습생들의 안전도구는 헬멧 하나가 고작. 떨어져도 고삐만 놓치지 않으면 크게 다치지 않는다고 한다. 양 교관은 “초보운전자에게 큰 사고가 안 나듯이 속도를 내지 않는는 초급 코스에서는 큰 사고의 위험이 없다”고 했다.

승마교육원 유병돈 과장은 “국민 1인당 소득이 1만6,000 달러를 넘으면 골프, 2만 달러를 넘으면 승마, 4만 달러를 넘으면 요트에 관심이 커진다고 하는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승마에 대한 욕구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승마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관심을 갖는 스포츠다. 마사회 무료강습 신청자도 여자가 남자보다 2배 가량 많다. 20, 30대 젊은 여성이 주축이다. 승마의 운동효과 중 하나는 장 운동. 장을 움직이게 하는 다른 운동을 찾기는 쉽지 않다. 변비가 있는 여성들에게는 꿩 먹고 알 먹는 운동이다.

글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사진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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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마 어디서, 어떻게 배울까

승마를 배울 수 있는 곳은 사설 승마장과 한국마사회 산하 승마교육원이 있다. 승마교육원은 일반인을 위한 무료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년에 4차례 진행되고 각 차수당 교육인원은 120명. 30명씩 4개반(주중 오전ㆍ오후반과 주말 오전ㆍ오후반)으로 나눠 8일 동안 교육한다. 강습 시간은 주중반은 수ㆍ목ㆍ금요일 각 2시간, 주말반은 토ㆍ일요일 각 2시간이다.

1차 강습은 지난달 23일부터 시작됐고, 2차는 5월 말, 3차는 8월 중순, 4차는 11월 초에 열린다. 강습 시작 10~15일 전부터 신청을 받는다. 무료 강습이다보니 신청이 몰릴 때는 1,000명도 넘어선다. 강습생 상당수가 서너번을 기다려야 강습 기회를 얻는다. 접수는 평일 오전반을 제외하고는 인터넷으로만 받는다.

현장 접수하는 평일 오전반은 인터넷 접수보다 경쟁률이 약하니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적극 고려해볼 만하다. 과정당 한 반 30명 가운데 수료자는 절반 정도. 한두 차례 강습에 빠지면 다음 진도를 따라가기가 어렵다.

한국마사회는 올해 5월부터는 고양시 원당에서도 무료강습반을 운영할 계획이다. 승마를 무료로 배울 기회가 넓어지는 셈이다. 이곳에서는 제주산 조랑말을 이용한다. 한국마사회 http://company.kra.co.kr 1566-3333

이곳에서 초급 강습을 끝내고 실력을 더 연마하려면 사설 승마장을 이용해야 한다. 사설 승마장에서 1시간 말을 타는데 드는 비용은 4만~5만원선. 기본 장비는 무료 대여해준다. 월 회비는 40만~60만원. 자기 말을 사서 마장에 키워달라고 위탁할 경우 사료값을 포함해 매월 60만~80만원이 든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카페 등 동호회에 가입하면 좀더 할인된 가격에 승마장을 이용하거나 강습을 받을 수 있다.

<수도권 인근 승마장>

뚝섬 서울승마훈련원 (02)463-8565

포천 화현면 호스랜드 운악승마클럽 (031)533-3741

포천 내촌면 경기승마공원 (031)533-5721

포천 가산면 레이크밸리 승마클럽 (031)543-9358

포천 내촌면 삼광승마장 (031)533-5001

부천 작동 우암승마장 (032)677-5768

김포 하성면 김포승마클럽 (031)987-1110

파주 교하면 자유랜드 로얄승마클럽 (031)942-9999

안산 대부도 베르아델 승마클럽 (032)882-2255

인천 계양구 나인 승마클럽 (032)556-8005

<승마 안전 수칙>

-말 탈 때 반드시 자신의 머리 크기에 맞는 헬멧을 쓰고 턱끈을 맨다.

-말에게 접근할 때는 항상 친근한 표정으로 인사말과 함께 왼쪽에서 다가간다.

-말 뒤쪽으로 이동하거나 서 있다가는 뒷발질을 당할 수 있다.

-다른 말과 함께 움직일 경우 전후 4m, 좌우 2m 이상의 충분한 거리를 유지한다.

-말의 입 주위를 매만지다 자칫 물릴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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