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파문에 휘청거리고 있는 미국 금융기관들이 최근에는 대출자들의 자발적인 주택 포기를 뜻하는 ‘징글 메일’(Jingle-mail) 공포에 휩싸여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7일 ‘징글 메일’ 현상이 금융기관에 또 다른 경고등을 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징글 메일은 스스로 주택차압(foreclosure)의 길을 선택한 대출자들이 대출기관에 집 열쇠를 동봉해 보내는 편지를 지칭하는 신조어로, 편지 속에서 열쇠 소리가 ‘땡그렁’ 울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택가격 하락과 자금 압박에 놓인 대출자들이 더 이상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담보로 잡힌 집을 아예 포기, 대출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징글 메일이 최근 대출자 사이에 급증하면서 금융기관에 새로운 위협요소로 등장한 것이다.
RGE 모니터의 누리엘 루비니 이코노미스트는 “1,000만~1,500만 가구가 스스로 대출을 포기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징글 메일 쓰나미가 금융기관에 1조달러 이상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미국 주요 은행들이 모여 주택 차압을 당한 대출자에게 30일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지만, 대출자의 자발적 주택 포기로 이 같은 노력도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주택포기가 일부 대출자에게 오히려 손실을 줄이는 재테크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부동산 시장 거품에 따른 대출 남발로 자기 돈(downpayment)을 거의 들이지 않고 대출금만으로 주택을 구입한 대출자가 적지 않았다. 주택을 포기한다고 해도 대출자서는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는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제정된 ‘모기지 면제법’은 차압당한 주택의 경매가격이 대출금 밑으로 떨어지더라도 손실분을 대출자들이 메울 필요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대출자들의 부담이 거의 없어졌다. 결국 자기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집을 사 이자만 지불하면 되는데, 집값이 오르면 좋고, 집값이 떨어지면 은행에 그냥 되돌려 주면 된다는 얘기다.
CNN은 “대출자로서는 모기지 계약을 이행하지 못해 신용 점수가 크게 떨어질 수 있지만 이는 주택가격 하락으로 최악의 경우 파산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전했다. 이처럼 주택포기가 오히려 손실을 미리 차단하는 방법으로 부각되면서 부동산 컨설턴트도 주택포기를 조언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징글 메일은 앞으로도 계속 확산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징글 메일이 주택시장의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금융기관이 현금이 급한 나머지 대출자들이 포기한 집을 더 싼 값에 시장에 내놓아 주택 가격 하락을 연쇄적으로 초래하는 것이다.
베이컨 이코노믹스의 크리스 톤버그 사장은 “은행들은 가능한 빨리 주택 소유자를 찾기를 원하기 때문에 가격은 더욱 떨어지고 대출자들은 주택 가격하락으로 주택 포기 압박을 더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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