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와 에콰도르간 영토 침범 논쟁으로 촉발된 남미 대륙의 긴장이 좌파 국가들 간 편가르기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남미 좌파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사태에 대해 콜롬비아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속내는 제각각이다.
대표적인 강경 좌파인 베네수엘라는 콜롬비아에 대해 당사국인 에콰도르 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반면, 실용 좌파 국가인 브라질은 강경 좌파 국가들의 영향력을 견제하며 갈등의 중재자로 독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남미 강경 좌파 세력의 결집을 불렀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에콰도르와 군사동맹 관계임을 들어 콜롬비아와의 단교, 무역 금지, 자국 내 콜롬비아 자산의 국영화 등을 선언하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니카라과도 베네수엘라의 움직임에 동참했다.
AP통신은 6일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이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과 회담한 뒤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정부가 정치테러를 자행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단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오르테가는 차베스, 코레아와 함께 남미의 강경 좌파 지도자 3인방으로 꼽힌다.
이와 달리 실용 좌파 국가들은 이번 사태가 남미 통합에 방해가 될 것을 우려, 서둘러 갈등 봉합에 나서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도화선인 콜롬비아 정부와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간 협상에서 중재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브라질의 움직임은 남미에서 군사 대결을 막고 차베스 대통령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뜻을 담고 있다.
실용 좌파 국가인 칠레도 차베스 대통령을 겨냥했다.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6일 “영토 불가침 원칙이 중요한 만큼 다른 국가에 대한 내정 불간섭 원칙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차베스 대통령이 에콰도르와의 동맹관계를 확대 해석해 군사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콜롬비아는 이 같은 좌파 국가들의 공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란 든든한 지원군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콜롬비아 내 마약밀매 근절과 FARC 소탕 명목으로 연간 6억달러의 지원을 해오고 있다.
미국은 콜롬비아를 좌파 국가들이 점령한 남미 대륙을 견제하는 교두보로 삼기 위해 확실한 편들기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남미 좌파 국가들의 공세를 이유로 의회에서 콜롬비아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해 줄 것을 촉구하는 등 양국간 밀착을 위한 명분으로 삼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의 ‘외교적 해결’을 촉구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3~15일 브라질과 칠레를 잇따라 방문한다. 실용 좌파 국가를 포섭, 사태 해결을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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