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상인’으로 불려온 러시아의 세계적인 불법 무기 거래상 빅토르 부트(41)가 결국 체포됐다. 90년대 공산권 몰락 이후 러시아 등 동구 국가의 무기를 아프리카와 남미, 중동 지역의 군벌과 반군, 테러리스트 등에 제공하며 악명을 떨쳐왔던 검은 무기 시장의 제왕이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AP통신, 뉴욕타임스, CNN 등 외신들은 6일 미국 등 각국 정부로부터 수배된 부트가 태국 방콕의 한 호텔에서 태국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CNN은 그의 체포에 미 연방 마약단속반(DEA)을 포함해 적어도 5개 국가의 기관들이 관여했다고 전했다. 마이클 가르시아 뉴욕 연방검사는 이날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에 대공미사일 등을 제공한 혐의로 부트의 범죄인 인도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세계 일급의 불법무기상의 지배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고 말했다.
# 영화 같은 무기 거래 악당
부트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묘사되어온 동구 출신의 무기거래 악당의 전형적인 모델이었다. 부트는 동구권이 몰락한 90년대 초부터 병기창에 버려진 탱크, 소총, 미사일, 헬리콥터 등을 싼 값에 거둬들여 아프가니스탄, 앙골라, 콩고, 라이베리아, 르완다, 시에라리온, 수단 등 각 분쟁지역에 무기를 제공하며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다. 내전지역에서 정부군과 동시에 반군과도 거래하는 등 무기에 굶주린 이들이라면 모두가 그의 고객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에 무기를 대던 그는 1996년 탈레반 정부가 수립되자 탈레반과 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무기 판매대금은 정확치 않으나 유엔 감사에서 1997년~1998년 앙골라에 넘긴 무기만 1,4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의 검은 실상이 2007년 ‘죽음의 상인’이란 책으로 다뤄졌고 2005년에는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로드 오브 워(Lord of War)’로 영화화했다.
# 베일에 가린 실체
하지만 그의 정확한 실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출생지부터 공식 여권에는 ‘타지키스탄’, 스스로는 “투르크메니스탄”, 남아공 정보기관은 “우크라이나”로 밝힐 정도로 엇갈린다. 구 소련 공군 조종사 출신인 그는 국가안보위원회(KGB) 요원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5개 이상의 여권과 여러 개의 가명을 사용하는 그는 영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등 6개 언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합법적인 화물 운송회사를 운영하면서 구호물품을 수송하는 등 유엔(UN) 활동을 지원하며 법망을 교묘히 피해갔다. 그가 그동안 체포되지 않은 것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치르던 미국 입장에서 그의 화물 운송 네트워크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는 2002년 모스크바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대한 의혹의 상당 부분은 할리우드 영화 대본을 닮았다”며 상당수 혐의를 부인했으나 유엔은 2003년 보고서에서 그를 ‘죽음의 상인’으로 묘사하며 전쟁을 지속시키는 불법 무기거래 거미줄망의 중심이라고 규정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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