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7일 삼성동 자택에서 칩거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예정되어 있던 서울 4개 지역 선거사무소 개소식 방문과 오ㆍ만찬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심상치 않은 결기가 박 전 대표 주변을 감돌기 시작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3시쯤에는 자택을 나와 6일 공천 탈락이 결정된 이규택 의원을 1시간 가량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도 박 전 대표는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고 한다. 박 전 대표는“미안하다. 내가 힘이 없어 이렇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저희를 믿으라고 해서 신뢰했다. 그랬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고 이 의원이 전했다.
이번 사태가 총선 때마다 나오는 단순한 공천 후유증에 그칠지, 아니면 집단 탈당과 분당 사태로까지 이어질지는 단정할 수 없다. 현재로선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고 상당 부분 박 전 대표가 어떤 결심을 하느냐에 달렸다고 봐야 한다.
현재로선 박 전 대표의 향후 행보를 두 가지 요인을 따져 추론해 볼 수밖에 없다. 하나는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의 신뢰관계가 깨졌느냐다. 두번째는 9, 10일로 예정된 영남권 공천 결과다.
이 대통령 측과 박 전 대표 측이 공천을 전후해 머리를 맞댄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거친 충돌의 막기 위한 조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양측 간 ‘신뢰 구축’, 혹은 ‘신사협정’으로 불린 이런 구조는 비교적 잘 굴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6일 박 전 대표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같은 협의 구조에 이상이 왔거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깨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의원의 전언대로라면 그간 어느 정도 유지돼 왔던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과의 신뢰관계가 깨졌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박 전 대표가 반발한 배경이 이것 때문이라면 사태는 간단치 않다. 이런 마당에 실제 영남권 친박 의원들이 대거 학살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전면전을 선언하고 나설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집단 탈당과 분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반발이 탈락한 측근들을 달래기 위한 제스처의 성격일 수도 있다. 측근 의원들의 목이 달아나는 마당에 박 전 대표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이 대통령과의 신뢰가 유지된다면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영남권 공천에서 비교적 공정한 공천 결과가 나오면 사태는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다.
박 전 대표로선 또 다른 고민도 있다. 그는 원칙과 정도를 걷는 국민 지도자이면서 동시에 계파 수장이기도 하다. 그런데‘공천’이란 민감한 문제와 맞닥뜨리면서 딜레마에 빠졌다.
계파를 전면적으로 챙기면 국민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그렇다고 내버려둘 수도 없다. 그의 강한 반발은 ‘일단은 계파 의원을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게 여론의 흐름인데 박 전 대표가 이를 거스르는 모양새를 더 이상 보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엄존한다. 박 전 대표의 칩거가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한 이유다.
이날 친박 의원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사태 전개에 대한 갖가지 분석과 전망,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뒤섞여 의원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한 친박 의원은 “친박 의원들 사이에서 불안한 분위기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이미 친이 핵심들은 공천이 확정된 상황에서 친이와 친박의 균형을 맞춘다는 자체가 말이 맞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또 다른 의원은 “영남에서 큰 폭의 물갈이가 불가피할 것이고, 이 경우 당연히 박 전 대표 측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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