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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MB가 버릴 것 두 가지

입력
2008.03.0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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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쯤 자신이 서울시장이 아니고 대기업의 CEO(최고경영자)는 더더구나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을 법하다. 새벽부터 나와서 나이 40~50대 된 ‘애들(참모)’ 깨면서 열심히 일하는데 세상이 어떻게 이렇게 나를 몰라줄 수 있는가, 섭섭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새벽 4시에 일어나든 5시에 일어나든 국민의 관심사는 아니다. 이명박이라는 이름 석 자에 대통령이라는 직위를 가진 인물이 어떻게 사는지는 자신이 알아서 할 일이로되 국민 모두가 따라야 할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원래 그런 자리다. 그러니 억울해 할 필요 없다. 그런 억하심정을 갖고 있을 이 대통령께 더더욱 섭섭할 얘기를 두 가지만 해야겠다.

두 가지를 버리라는 얘기다. 그 하나는 한반도 대운하요, 또 하나는 영어를 영어로만 가르쳐야 한다는 교육 방침이다. 새삼 찬반 논란은 하고 싶지 않다. 논란이 많고 반대가 많지만 찬성도 적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으시라는 얘기다.

■ 대운하계획은 이제 접고

지금 장관 중에서 대운하는 안 된다고 할 사람이 과연 있겠는가? 그러니 그런 식의 얘기는 하지 말자. 얼마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코미디 같은 얘기를 했다. “운하는 지구 온난화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운송수단이다.” 지구 온난화를 연구하는 국내외의 그 어떤 학자 입에서도 나오지 못한 소리다.

하기야 굳이 따진다면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되려고 열심히 뛰던 작년 4월 18일 영산강 뱃길살리기협의회 주최 토론회 축사에서 “21세기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부운하 건설을 통해 물류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으니 지적재산권 소유권자는 이 대통령인지 모르겠다.

서울대 교수 80여 명이 반대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대충 세상이 아니라고 하는 얘기를, 박정희 대통령 때 얘기를 하면서 밀어붙여 봐야 성공 못한다는 말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영명하신 지도자에 우매한 민중이 발목 잡는 시대가 아니다. 이 글을 쓰는 논설위원보다, 대통령보다 똑똑하신 국민들, 널리고 널린 세상이다.

홍종호(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의 <경부운하, 경제적 타당성 없다> (http://anticanal.tistory.com)는 글을 한 번 잘 읽어보시기 바란다. 꼭 맞는 분석이라는 게 아니라 이런 정도의 차원 높은 반론을 감당하면서까지 굳이 밀어붙일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짐으로써 이기고 죽음으로써 산다는 말도 있다. 반대파까지 모두 설득해도 시원찮을 사업을 반대파를 굳이 바보 취급하면서까지 해야 하는지는 재임 5년 동안 토론해 보면 될 것 같다. 그래서 타당성이 입증되고 대운하는 꼭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이 대통령은 선구자로 평가될 것이다. 그런데 선구자 역할을 지금 당장 할 필요는 없겠다.

또 하나는 영어다. 영어를 영어로만 가르치겠다는 강박관념만 버리면 진짜 영어 교육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고 본다. 영어 많이, 잘 가르치겠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 별로 없다. 영어를 영어로만 가르치겠다고 하니까 반감을 사는 것이다. 그 동안 잘 못, 안 뽑았던 원어민 교사 많이 뽑아서 영어로 하는 영어 수업 늘리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 많지 않다. 그렇게 영어 잘 가르치면 된다. 그 이상 오버하지 말라는 얘기다.

■ 영어 강박관념도 버려라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았다고 해서 그가 주장하는 모든 것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이 싫어서, 그 후계자가 마음에 안 들어서 MB 뽑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은 본인이 잘 알 것이다. 대한민국을 확 바꿔보고 싶은 의욕은 알겠는데 주고 받는 것은 있어야 한다. 두 개쯤 주고 나머지를 얻는다면 그래도 남는 장사 아닌가?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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