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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월든'의 작가 소로는 '자연의 은거자'?

입력
2008.03.0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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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

박홍규 지음필맥 발행ㆍ216쪽ㆍ8,000원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 1845년 7월4일 고향 콩코드 마을의 주민들이 폭죽을 터뜨리며 독립기념일 축제를 벌이는 동안 그는 손수레에 도끼 한 자루를 싣고 도시에서 1마일 가량 떨어진 월든 호숫가의 숲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오두막을 짓고 침대와 책상을 놓고 2년 두 달 남짓 풀벌레를 벗삼아 농사를 짓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소박하게, 소박하게, 소박하게 살도록 하라!’라는 단사표음(簞食瓢飮)의 구호가 가득한 책 <월든> 은 그의 사후 생태주의 문학의 꽃으로 떠받들여졌고 <월든> 을 경전삼아 귀농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연에 경사된 청빈한 은둔자로서 소로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구축됐다.

조지 오웰, 프란츠 카프카, 오노레 도미에, 윌리엄 모리스, 빈센트 반 고흐 등의 삶을 개성있게 해석, 독특한 평전작가로서 자리잡은 박홍규(56) 영남대 교수는 “(소로는)안락한 전원생활에 젖은 시골신사가 아니다”라고 선언하며 그의 생을 추적한다. 책은 ‘자연인’이 아닌 ‘자유인’으로서 소로의 모습을 부각시킨다.

무엇으로부터의 자유일까. 그것은 고행의 노동, 과시적 소비와 부박한 삶을 강요하는 자본주의적 시스템으로부터의 자유다. 따라서 소로에게는 ‘숲속의 성자’보다는 ‘황야의 무법자’라는 별명이 더 잘 어울린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그렇다고 그의 삶이 ‘야성’ 적 삶만은 아니었다. 윌든에서 그의 삶은 ‘자본주의적 삶 이외의 다른 삶의 방식이 있음을 보여주려 했던 합리적인 시도’였다는 것이다. 환언하면 ‘지성’에 의해 치밀하게 계획된 프로젝트였다는 것.

그가 오두막으로 들어가는 날을 독립기념일로 택한 것도 영국의 왕이라는 정치적 폭군으로부터 자유로워졌으나 시나브로 경제와 도덕적 폭군에 포위되기 시작한 19세기 중반 미국인들의 삶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지은이는 소로의 삶이 표면적으로는 ‘은거’의 모습이지만 사실은 영토전쟁, 노예제도 같은 미국 자본주의 문명의 어두운 면에 대해 비판하고 저항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적극적 행위라고 강조한다.

그의 오두막에는 에머슨 같은 당대의 지식인을 비롯해 어린아이, 사냥꾼, 낚시꾼, 철도노동자, 정신박약자, 주부, 거지까지 찾아오는 이가 많았다는 사실, 또한 침략전쟁을 일삼는 국가에 세금을 낼 수 없다며 소로가 인두세 납부를 거부해 교도소에 갇히자 소로의 고향인 콩코드 부인협회가 오두막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는 사실을 일부러 들춰낸다.

서른 살 무렵부터 <월든> 을 펼쳐 들었다 팽개치기를 반복했다가 소로가 숨진 나이와 비슷해진 1999년 학교(경북 경산) 근처의 시골텃밭에서 버려진 합판으로 소로처럼 2,3평짜리 오두막을 짓고 <월든> 을 처음으로 끝까지 읽었다는 박 교수.

“그는 여전히 자본주의 체제 아래 사는 우리에게 체제에 반항하는 삶의 한 예를 보여주었기에 의미가 있다. 그가 자본주의 체제에 순응하면서 낭만적으로 산 것처럼 왜곡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쓴다”고 했다. 덧붙여 “ 겉 멋에만 길들여지고 사고가 규격화ㆍ획일화 해가는 요즘 젊은이들이 소로의 생애를 반추하며 ‘진짜 멋있게 사는 방법’은 어떤 것인가 힌트를 얻는다면 더욱 좋겠다”고 말했다.

■ 소로의 속삭임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ㆍ김욱동 옮기고 엮음사이언스 북스 발행ㆍ224쪽ㆍ1만3,000원

<소로의 속삭임> 은 국내생태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꼽히는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가 소로의 글 중 고갱이들을 뽑아 자연, 인간, 문명, 교육, 예술, 종교 등 6가지 테마로 분류한 뒤 번역하고 평을 덧붙인 해설서다.

저술의 분량이 상당하고 <월든> 이외에는 소로의 번역서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그의 자연관, 인생관, 세계관을 한 눈에 훑어볼 수 있는 다이제스트로서 흠잡을 데 없다. 볼이 발그레하고 봄만 되면 가슴이 뛰는 문학소년, 소녀들이라면 ‘호수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표정이 풍부하다.

그것은 이 대지의 눈(眼)이다.’ ‘시간은 내가 낚시질 하러 가는 시냇물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의 큰 길은 얼마나 닳고 먼지투성이 일 것이며, 전통과 타협의 바퀴자국은 또 얼마나 깊이 패여 있겠는가’… 같은 소로의 문장을 자신의 문학적자산으로 축적할 수 있는 교본으로 삼아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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