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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천재들은 다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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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천재들은 다 미쳤다'

입력
2008.03.0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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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겔리카 오버라트, 만프레드 코흐, 실비아 오버라트 지음ㆍ강혜경 옮김수다 발행ㆍ245쪽ㆍ9,800원

첫번째 질문. 거구인 그는 항상 2인분의 수탉 요리를 먹었다고 전해진다. 그를 희화한 그림은 뚱뚱한 돼지로 외모를 표현했고 사람들은 뒤룩뒤룩 살찐 손으로 그토록 날렵하게 건반을 다룬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그는 다른 것엔 검소했지만 유독 부엌만큼은 완벽하게 꾸몄다. 사람들을 초대해놓고 사라진 그는 방안에서 몰래 손님에게 내놓은 것보다 품질이 좋은 와인을 홀짝이곤 했다. 이 작곡가는 누구일까?

답.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헨델

‘천재들은 모두 미치지 않았을까?’ 라는 오랜 추측에 대한 실증적인 고찰은 상상외로 재미있다. 범인(凡人)보다 훨씬 뛰어난 업적을 남긴 그들이 의외로 괴팍한 벽을 소유했단 사실을 들춰보는 게 통쾌하기도 하다. 이 책은 100명의 천재에게 숨겨진 ‘미친’ 모습을 퀴즈 식으로 소개한다. 헨델의 경우처럼 비정상적인 일상을 보낸 천재를 소개받고 그가 누구인지 생각해보도록 유도한다.

독일의 극작가 프리드리히 폰 실러의 괴벽은 다름 아닌 악취의 감상이다. 그의 책상 서랍에는 항상 썩은 사과가 채워져 있었고 방은 온갖 쓰레기가 뿜어내는 악취로 가득했다.

베토벤의 습관은 과연 천재들은 미쳤다는 책의 도전적인 제목에 적합하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손바닥에 침을 뱉어댔다고 한다. 방문객들은 “알록달록한 손수건을 꺼내 가래를 그러모아서 뱉은 다음 한동안 그것을 바라 보고는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고 증언한다.

세계적인 연출가 브레히트는 과대망상에 빠져 있었고 독단적이었으며 무엇보다 독특한 점은 씻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씻기를 거부해, 그의 첫번째 아내는 남편에게 시위하려고 일부러 비누거품을 목에 바르고 다닐 정도였다.

평생 악취를 풍기던 그는 “죽으면 꼬챙이를 심장으로 찔러본 후 묻어달라”는 이상한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관음증 환자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괴벽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고 싶지 않다면 책 말미와 장의 끝에 보일 듯 말 듯 적힌 각 퀴즈의 정답을 안 보면 그만이다.

머릿속에 자리 잡은 근엄한 천재들의 인상을 해치기 싫다면 말이다. 하지만 문장 뒤에 숨은 영웅들의 자질구레한 삶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한 줄도 빼먹지 않고 읽어볼 만 하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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