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회복(疲勞回復)을 하면, 문자 그대로 피로가 쌓여 죽습니다. 그런데 신문과 방송에서는 아무 생각없이 이런 말들을 쓰더라구요. 피로해소 혹은 원기회복으로 고쳐써야겠지요.”
바른 우리말 쓰기에 평생을 바쳐온 재야 한글학자 김정섭(70ㆍ사진)씨가 <우리말 바로쓰기 사전> (지식산업사 발행)을 냈다. 총 1,135페이지, 4만여개의 표제어로 구성된 사전은 일본어 잔재가 남아있는 말, 뜻은 알지만 잘못 쓰는 말, 소리나 모양이 비슷해서 혼동하는 말 등을 정확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사전이다. 우리말>
일본어 잔재가 남아있는 ‘땡땡이’를 ‘물방울무늬’로 바로잡고, 흔히 쓰는 ‘내 개인적인 생각’이나 ‘내가 보는 견지’ 등의 어구를 ‘내 생각’, ‘내가 본 바’ 등으로 고쳐놓는 식이다. 바른 우리말쓰기에 대한 그의 기준은 꽤 엄격해서 ‘제본하다’ 같은 일본식 한자어도 ‘책을 매다’ 로 고쳐놓았다.
사전편찬의 기본자료는 김씨가 30여년간 국어교사생활하며 작성한 10만장에 이르는 단어장이다. 김씨는 학생들이 잘못사용하는 말은 물론 신문, 잡지, 방송에서 오ㆍ남용하는 말들을 틈틈히 기록했고, 2000년 정년퇴임한 뒤 본격적인 편찬작업에 뛰어들었다.
김씨가 사전을 편찬한 이유는 일반 국어사전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상당했기 때문.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기본으로 10개 정도 중요한 사전을 참고했지요.
표준국어대사전만 처음부터 끝까지 3번 읽었는데 오류가 3,000개는 넘겠더라고요.” 예를 들면 일제시대 첫 사전편찬자가 표준어를 오기하면서 오류수정 없이 정착된 단어인 ‘주낙’이 좋은 예다. 이는 줄낚시의 준말이므로 ‘주낚’이 옳지만 잘못된 맞춤법이 관행처럼 굳어져버렸다는 것이다. TV 드라마 제목인 ‘전설의 고향’ 같은 말도 김씨 눈에는 거슬렸다.
전설이 사람이 아닐진데 절대 성립할 수 없는 어구라는 것이다. 굳이 쓰자면 ‘고향의 전설’처럼 써야한다는 것이 김씨의 견해다.
1997년 한자어와 일본어 대신 고유어를 쓰자는 취지로 이미 <아름다운 우리말 찾아쓰기 사전> 을 내기도 했던 김씨는 칠순이 넘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아름다운>
5년 뒤 출판을 목표로 <우리말 도로쓰기 사전> 편찬 작업에 들어갔다. 김씨는 “우리 말을 강으로 친다면 지금 5급수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말>
제 사전이 완벽하지 않지만 이 사전대로만 쓰더라도 최소한 2급수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며 “우리말이라 배우지 않아도 저절로 아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부지런히 익힌다면 우리말은 한결 깨끗하고 가지런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사진=이성덕기자 s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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