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4ㆍ9 총선 후보자 공천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력이 있는 사람은 예외 없이 배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수뢰나 알선수재, 공금 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등 부정ㆍ비리 사건 연루자를 포함한 모든 형사범이 공천에서 배제된다. 과거 민주화 운동 과정의 실정법 위반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실질평가를 위한 개별 심사가 허용된다.
변화와 개혁을 향한 민주당의 분명한 의지를 확인한 이번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 아울러 새로운 공천 심사 잣대로 도입된 원칙이 실제 공천과정에서 끝까지 관철되고, 전체 정치권의 변화ㆍ개혁을 위한 자극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공천 심사기준을 엄격히 한 민주당의 결정은 늦으면 늦었지, 결코 이른 게 아니다. 국회의원 후보자는 법을 만드는 입법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다. 금고 이상의 형의 확정으로 지울 수 없는 범법 전력을 안은 사람들이 법을 만들고, 국민에게 법 준수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이라면 교묘한 정치적 탄압 수법에 의해 억울하게 범법자가 될 수 있었고, 그런 이유로 법원의 판단보다 유권자에 의한 ‘정치적 심판’을 앞세울 수도 있었다. 민주화 이후 그런 예외적 상황은 해소된 지 오래다. ‘유권자의 심판’ 운운하는 것은 정치적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당내의 현실적 역학구도가 변화를 가로막았고, 이번 공심위 결정 과정에서도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했다. 대선 참패와 잔뜩 흐린 총선 전망이라는 심각한 위기상황이 아니고서는 이번에도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치변화를 이끄는 위기의 역할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이번 선택이 제 빛을 발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있다. 일부 공천 탈락자들과 그 주변의 반발 움직임이 뚜렷하다. 저마다 항변 사유야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 민주당이 작은 사유에 연연할 수 있는 때가 아니다. 또한 대의를 위해 소아(小我)를 접는 최후의 용기를 보일 수 있어야 그들이 지금까지 누려온 유권자의 지지가 값질 수 있다. 특유의 영향력을 자랑해온 동교동계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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