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심사위가 6일 경기 지역 현역의원 5명을 공천 탈락시키면서 그간 잠복했던 당 내홍 사태가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공심위가 자파인 이규택 한선교 의원 등을 탈락시키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 전 대표가 격하게 반발한 이상 잠복해 오던 당내 갈등이 급속히 재연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공심위가 이번 주말 한나라당의 텃밭이자 친박의 근거지인 영남 지역 의원들에 대해 ‘칼질’에 나선다. 무더기 현역의원 탈락이 현실화할 경우 당 내홍 사태는 미증유의 폭발력을 지닐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는 7, 8일로 예정됐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이는 전투모드 돌입을 의미한다.
박 전 대표가 이날 강하게 반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공심위의 경기 지역 공천 결과가 ‘정치 보복성 표적 낙천’이라는 게 핵심적 이유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입장 발표를 통해 “여론조사 결과로 보거나 의정활동에도 하자가 없었음에도 불구고 단지 나를 도왔다는 그 이유로 탈락시켰다”며 “이런 것은 표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한 마디로 공천에 기준도 없고 원칙도 없다는 것이다.
이날 공천에서 탈락한 한선교 의원도 당사 기자실을 찾아“공심위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내가 45.8%가 나왔고 윤건영 의원이 18.1%가 나왔다”며 “여론조사도 높고 의정활동도 우수했는데 도대체 무슨 이유로 나를 자르느냐”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한 공심위원은 “한 의원의 경우 현역의원을 바꿔야 한다는 이른바 교체지수가 높게 나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식일 뿐이라는 게 박 전 대표 측 반박이다. 미리 작성된 물갈이 명단대로 잘라 놓고는 여론조사 수치를 이리 저리 꿰 맞춰 탈락을 합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됐던 이명박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가 작성한 물갈이 리스트(19일자 1면 보도)와 이번에 탈락한 의원의 명단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도 이 같은 의혹을 증폭시켰다. 당시 물갈이 리스트에는 경기 지역에서 5명의 의원이 올라 있었고 이들은 이날 모두 공천 탈락했다. 박 전 대표 측 한 관계자는 “공심위가 미리 작성한 리스트를 들고 칼질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든다”고 주장했다.
외형상으로만 보면 낙천 의원들이 친이명박계 대 친박근혜계가 균형을 맞췄지만 “내용상으론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점도 박 전 대표 측을 자극한 것 같다. 친박은 비교적 핵심 의원들이 공천에서 고배를 마신데 비해 친이는 중립으로 분류해도 무방한 의원들이 탈락했다. 양이 아니라 질이 문제라는 얘기다. 또 새로 공천을 받은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친이 인사가 월등히 많다는 것도 박 전 대표 측으로선 불만이다. 경기지역 17명 가운데 친박 인사는 황진하 의원을 포함해 4명에 불과했다.
물론 박 전 대표의 이날 반발이 8일께로 예상되는 영남 지역 공천 발표를 앞두고 공심위에 강력한 경고를 날린 것이란 시각도 있다. 영남 지역의 자파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기선 제압용일 뿐 실제로 확전 의도는 없다는 것이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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