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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뒷바라지 허리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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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뒷바라지 허리 휜다

입력
2008.03.0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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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부장 A씨(51)는 요즘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맏아들 뒷바라지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달러 가치는 폭락한다는데, 유독 원ㆍ달러 환율은 급등(달러 강세)하면서 송금 부담이 부쩍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초 송금환율은 달러 당 910원대. 이 때만 해도 1,000만원을 바꾸면 거의 1만1,000달러를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달러 당 950원을 넘나들면서 1,000만원으로 겨우 1만400달러 남짓을 손에 쥔다. 4개월 새 600달러 가까이 증발해 버린 것이다. A씨는 “둘째 딸도 곧 유학을 갈 예정인데, 요즘 환율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호주에 유학 중인 딸에게 새학기 등록금 2,000만원을 보내러 6일 은행을 찾은 B씨(49ㆍ개인사업)는 게시판 환율을 보고는 발길을 돌렸다. 지난해 11월 이후 벌써 두 번째 송금을 미룬 것이다. 호주 달러는 지난해 2월 초 725원대에서 치솟기 시작해 5일 현재 878원대다. B씨는 “작년 환율을 떠올리면 아까운 생각만 들어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며 “3월 말까지는 돈을 보내줘야 하는데, 이러다 제일 높은 환율에 송금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달러 가치 폭락으로 촉발된 전 세계적인 환율 급등 탓에 자녀를 해외로 유학 보낸 학부모들이 ‘환율 폭탄’을 맞고 있다. 중국, 일본, 유럽, 호주, 캐나다 등 한국 학생이 주로 나가있는 거의 모든 국가의 환율이 미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최대 유학처인 미국조차 달러가 원화에는 강세인 상황이다. 아직 유학 자체를 포기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당장 송금 액수를 줄이거나 송금 시기를 미루는 등 ‘고통 회피현상’이 늘고 있다.

지난해 9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원ㆍ달러 환율은 11월 초를 바닥으로 치솟기 시작해 6일 현재 949.60원까지 올라왔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증시 탈출 등 우리나라 만의 특수성 탓이다. 같은 기간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가치는 급추락했다. 자연히 유로(유럽), 엔(일본), 위안(중국) 등 주요 통화 가치가 급상승, 이들에 대한 원화 가치는 덩달아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11월 1일 송금환율 기준으로 미국에 1만달러를 보내려면 원화 913만원이 들었으나, 지금(5일 현재)은 957만원으로 불과 4개월 만에 44만원이 더 들고 있다. 달러보다 비싼 유로화 1만유로는 141만원이 더 들고, 일본돈 100만엔은 133만원, 중국돈 10만위안은 124만원이 더 드는 상황이다.

평소 환율급변에 익숙치 않던 학부모들은 아우성이다. 일본에 자녀 2명을 유학 보내 매달 700만~800만원을 송금 중인 유모(44ㆍ여)씨는 “엔화가 강세일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일본에서 화장품을 수입해 파는데 자녀 교육에 사업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환율 피해를 줄이려는 아이디어도 다양하다. 국민은행 이주유학센터 천무중 차장은 “당장 필수학비 등을 제외한 송금 액수를 줄이고 송금 시기도 미루는 고객들이 크게 늘었다”며 “새로 유학을 떠나는 사람도 작년 10월부터 급감, 30% 정도 줄은 것 같다”고 전했다.

우리은행 유학이주센터 조수진 과장은 “달러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에 과거 물가ㆍ환율을 고려해 유학지를 미국에서 캐나다나 호주로 바꿨던 사람들이 최근 다시 미국을 선호하고 있다”고 했다.

은행들은 그 동안 외화송금이 잦은 사람이라면 환율이 낮을 때 미리미리 외화예금 및 적금을 들어 환리스크를 줄이라고 권유해 왔다. 하지만 요즘은 너무 오르는 탓에 이런 권유도 무시당하기 일쑤다.

국민은행 천 차장은 “엔화는 낮은 금리(연 0.2%)에도 불구, 그나마 미리 예금해 놓은 경우가 많지만 요즘 외환예금을 권하면 90%는 그냥 돌아선다”며 “뾰족한 수도 없지만 당장 손해는 못 참겠다는 심리”라고 전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당분간 달러 약세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적당한 가격에 외환을 미리 살 타이밍을 잡기도 쉽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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