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오밍(姚明) 현상’이라는 신조어가 중국에서 회자되고 있다. 미 프로농구(NBA)의 중국인 스타 야오밍 선수에게서 따온 이 용어는 외부에서 중국을 지나치게 고평가하고 중국이 그것에 우쭐대는 현실을 꼬집는 것으로 리다오쿠이(李稻葵) 칭화(淸華)대 경제관리학원 교수의 잡지 기고가 회자의 계기를 제공했다.
그는 최근 신차이푸(新財富)라는 잡지에“미 프로농구를 잘 아는 사람은 야오밍의 실력이 마이클 조던 등 진정한 일류 선수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하지만 야오밍은 TV 중계권 등 중국 시장이라는 배경 때문에 일류 대접을 받는다”는 글을 썼다.
리 교수는 이렇듯 중국을 배경으로 한 프리미엄을 야오밍 현상으로 규정하면서 이것이 경제계, 교육계 등 여러 분야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공상은행이 시티은행을 제치고 최대 은행으로 부상하고, 중국석유가 BP 등을 누르고 세계 1위 정유업체로 등장한 것이 실제 가치가 아닌 중국 시장의 잠재력에서 비롯된 대표적인 야오밍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리 교수는 “이들 기업이 경쟁력면에서 진정한 세계 1위인가”라고 반문한다.
리 교수는 “중국 일류 대학은 객관적으로 세계 일류 대학에 못미치지만 세계 일류 대학처럼 지원받는다”며 “국제학술대회나 경제포럼 등에서 중국 인사가 환영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거품’을 지적했다. 그는 “만약 다른 나라가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 중국에 대한 고평가는 언제든 싸늘한 저평가로 돌변할 수 있으며 야오밍 현상은 시련의 징후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리 교수는 “야오밍 현상은 중국 기업과 인재들에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기회”라며 “우리는 이 기회를 활용, 기본에 충실하면서 내실과 경쟁력을 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강한 중화민족주의 분위기가 감지되는 중국에서 야오밍 현상이 회자되는 것은 외부 평가에 걸맞게 중국 사회 전반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자각의 신호로 해석된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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