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의 ‘예외 없는 비리전력자 공천배제’ 후폭풍이 거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의원과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용희 국회부의장 등은 공천기준에 반발, 무소속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전 참평포럼 정책위원장는 6일 공천배제 수용과 사실상 불출마를 선언했다.
안희정씨는 이날 성명을 통해 “당과 공천심사위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안씨는 “저는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는 정치인”이라며 “공천을 신청했다 안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수순의 길은 걷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심위의 결정은 시험칠 기회마저 주지 않는 것이지만 민주주의 역사는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정당성에 의해 발전했기 때문에 이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환향녀’가 조선에 돌아올 때 한강 상류 홍제천에서 목욕을 하면 모든 것을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했다는 옛 얘기가 있다”며 “저는 하루도 깎아주지 않은 3년의 근신생활을 하고 사면복권도 마다하고 공직에도 나가지 않았지만 공심위는 아직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안씨는 그러면서 “우리의 출마 자원이 풍부하지 않다는 측면에서 전과자 일괄배제라는 결정이 다시 검토되고 재심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홍업 의원은 이날 “정치적으로 형을 산 사람들에게 일반 범죄자 기준을 적용했다. 주변 사람들과 상의해볼 것”이라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박 전 실장도 탈당을 심각하게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희 의원은 이날 오후 보은군당원답회에서 “50년 가시밭길만 걸어온 야당 군번 1호를 탈락시킨 게 제 정신이냐. 괴상한 사람이 휘두른 칼에 찔렸다. 당을 바꾸란 충고를 많이 받았다”고 무소속 출마나 자유선진당 입당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나머지 배제 대상자들은 당내 기류변화를 기대하며 관망하는 모습이다.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은 “또다시 독배를 마시라고 한다면 마셔야겠지만, 국민에게 심판 받을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김민석 전의원(서울 영등포을) 역시 “당의 처리과정을 지켜보면서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당 일각에선 재심과 전략공천 등을 통해 소수의 인사가 구제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어 주목된다.
당 관계자는 “공심위에서 선의의 피해자를 최소화할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개인별 소명자료 제출과 재검토 가능성이 완전히 닫혀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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