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군의 에콰도르 영내 반군 토벌작전으로 촉발된 남미의 군사적 긴장이 좀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콜롬비아 정부의 사과가 “충분치 않다”고 거부하며 5일 콜롬비아의 도발을 성토하기 위한 남미 6개국 순방에 들어갔다. 에콰도르군은 앞서 3일 콜롬비아와의 국경지대에 3,200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역시 콜롬비아 접경지에 10개 대대 9,000여명의 병력을 포진시킨 베네수엘라는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간 국경을 통한 화물 교역을 전면 중단시켰다.
신발 세라믹 식료품 등 하루 9,400톤에 달했단 양국 물동량이 완전히 끊기면서 그렇잖아도 생필품 부족에 허덕이던 베네수엘라의 물자난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콜롬비아도 베네수엘라로부터 오는 원유 공급이 원활치 않을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콜롬비아를 미국의 사주를 받아 자위권이란 허울 아래 이웃나라를 마구 짓밟는 ‘라틴의 이스라엘’이라고 맹비난하며 “제국주의자들의 팽창기도를 저지하겠다”는 호전적인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콜롬비아 보고타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고 외교관 전원의 철수를 명령한 데 이어 자국 주재 콜롬비아 대사를 추방했다.
미국 정부는 차베스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기를 조장한다고 보고 역내 안보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4일 콜롬비아 정부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재차 확인한 뒤 콜롬비아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을 의회가 조속히 비준해줄 것을 촉구했다. 콜롬비아와의 자유무역협정을 미국의 눈엣가시인 차베스 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지렛대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경제는 물론 안보 차원에서 미국과 콜롬비아의 밀착을 더욱 가속화하는 명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국의 군사대치 국면을 중재하기 위해 긴급 소집된 미주기구(OAS) 상임위원회는 5일 워싱턴에서 콜롬비아 정부군이 좌익게릴라 토벌 과정에서 에콰도르 영토를 침범했다는 점을 적시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에콰도르 정부의 요구사항이었던 ‘콜롬비아 정부의 군사작전을 규탄한다’는 내용은 삭제됐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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