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이 5일 공천심사위를 열어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비리 부정 전력자에게 4ㆍ9총선에서 예외 없이 공천을 주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 의원 등 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한 야권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탈락하는 사태가 불가피해졌다.
박경철 공심위 홍보간사는 이날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회의를 마친 뒤 “뇌물, 알선수재, 공금횡령, 불법 정치자금 수수, 파렴치범, 개인비리, 기타 모든 형사범을 포함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사람은 공천심사에서 제외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원칙이 적용되면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형이 확정된 박지원 전 실장, 김홍업 의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안희정씨, 신계륜 사무총장, 이용희 국회부의장,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신건 전 국정원장, 이호웅 김민석 설훈 이정일 전 의원 등 11명이 아예 공천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 결정으로 박재승 공심위원장이 주도하는 개혁공천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반면 탈락 인사들의 반발과 탈당 가능성 등 후 폭풍도 예상된다.
앞서 당 지도부는 박재승 공심위원장이 제시한 이 같은 공천기준에 대해 “억울한 희생을 막기 위해 개별 심사를 해야 한다”고 반대해 진통이 계속됐다. 결국 이에 관한 결정권을 갖고 있는 공심위가 이날 오후 전체회의에서 박 위원장의 기준을 표결에 부쳐 찬성 7명, 반대 4명, 기권 1명으로 확정했다. 박 위원장은 회의에서 “(당 지도부의 개별 심사 요구를) 어떤 식으로 예우할지 연구해보겠다”고 말했다.
공심위는 이와 함께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국가보안법 등으로 처벌 받은 인사는 심사 대상에 포함시키고, 재판에 계류 중인 인사들도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일단 심사하기로 했다.
확정된 공천기준에 따라 탈락이 분명해진 당사자들은 “승복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용희 부의장은 “당적도 없는 사람이 당의 공천권을 쥐고 종횡무진 휘두르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고 비난했다. 설훈 전 의원은 “당의 명령에 앞장서야 했던 정치행위가 부정 비리 행위로 함께 매도돼야 하느냐”며 박 위원장 면담을 요구했다. 일부 인사는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 지도부도 이날 저녁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해 대책을 숙의했다.
한편 공심위는 이날 밤부터 본격적인 공천 심사를 시작, 이르면 6일 오후나 7일 오전 1차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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