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이 한국의 중소기업을 인수ㆍ합병(M&A)해 범용 기술을 확보한 뒤 국내 대기업 직원을 매수해 최첨단 기술을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이 기술 유출자를 검거하긴 했지만 핵심 정보는 이미 중국에 유출돼 국내 업체는 향후 3년간 1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현호)는 대기업 L사의 PDP패널 생산공장 배치도 등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이 회사 전 생산기술그룹장 정모(49)씨를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또 정씨의 부하 직원이던 L(44)씨와 P(41)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2005년 9월까지 L사에서 근무하면서 PDP공장의 설비 배치도 파일 등 영업비밀을 빼내 중국 B사에 넘겼으며, 지난해 2월부터는 연봉 30만 달러(2억8,500만원)를 받는 조건으로 B사의 기술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씨는 지난달 22일 중국으로 출국해 PDP 생산라인 설치 작업에 대해 자문할 예정이었으나 출국 직전 체포됐다.
검찰은 최근 중국 업계가 PDP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한국의 첨단 기술을 빼내가려는 시도가 다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중국 업체는 PDP시장 조기 진입을 위해 한국 기술자를 거액을 주고 무차별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정씨도 L사를 그만둔 뒤 연봉 5,000만원의 중소기업에 근무했으나, B사의 거액 연봉과 아파트 차량 제공 제의를 받고 기술을 유출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중소기업 M&A 방식으로 범용 기술을 획득한 중국 업체의 경쟁력이 한국의 최첨단 기술을 노릴 정도로 성장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B사는 중국 최대 TV제조업체인 C사가 투자한 회사인데, C사는 2006년말 국내 산업용 PDP모듈 생산업체인 D사를 인수했다. 또 현재 D사 직원 20여명이 B사의 공장 건축 및 장비 설치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기술유출로 B사는 올해 12월부터 ‘8면취’(유리기판 한장에서 42인치 8장 생산) PDP 모듈 생산라인을 가동할 것”이라며 “이 경우 국내 업체는 향후 3년간 1조3,000억원의 매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