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공천 기준 줄다리기는 원칙론을 앞세운 공천심사위의 완승으로 끝났다. 애초부터 칼자루를 쥐고 있었던 공심위는 당 지도부의 거듭된 ‘선별 구제’ 호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민주당은 5일 아침부터 시끌시끌했다. 4일 박재승 공심위원장이 제시한 ‘금고형 이상 비리 부정 전력자에 대한 예외 없는 공천 배제’ 원칙을 놓고 밤 늦게까지 진통을 겪은 여파 때문이다.
손학규 공동대표는 최고위원 회의 초반 “99마리 양을 두고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선 목자의 모습이 법의 정신이고 정의구현이다. 억울한 희생양이 여론몰이에 휩쓸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선별 구제 이야기를 꺼냈다. 2시간여의 회의 끝에 당 지도부는 “공동체를 위해 활동하는 과정에서 희생된 경우엔 개별 심사해야 한다”는 전날 입장을 재확인했다. 개인비리가 아닌 불법 대선자금 모금 등 사유로 처벌 받았던 이들은 구제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박 위원장과 외부 공심위원들은 단호했다. 박경철 공심위 홍보간사는 손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한 마리 억울한 양이 있을 수 있지만 대의멸친(大義滅親), 즉 큰 뜻을 위해서는 가족까지도 희생할 수 있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개별심사 거부 뜻을 분명히 했다.
박 위원장이 오후 5시 회의를 소집하면서 상황은 긴박해졌다. 박 위원장은 최고위원회의 결정 내용을 확인한 뒤 “개별심사 요구는 강력한 권고로 받아들인다. 어떤 식으로 예우할 지는 연구해 보겠다”고 말했지만 립서비스 성격이 강했다. 그는 대신 “당규상 공심위가 결정하면 최종 결정이 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옛 민주당 몫 공심위원인 김충조 최고위원이 결정 과정에 이의를 제기하자 박 위원장은 “이리 가나 저리 가나 결정된 것은 분명하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어 열린 회의에서는 당측 공심위원 한 명이 기권하면서 결국 박 위원장의 원안이 찬성 7, 반대 4, 기권 1표로 확정됐다. 지난달 29일 비리 부정 관련 공천 기준 논의가 본격화한 지 닷새 만에 상황이 정리된 것이다.
당 지도부는 이날 밤 최고위원회의를 재차 열어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공심위가 국민의 변화 열망을 반영하기 위해 결정한 것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게중심은 여전히 “억울한 희생이 있어선 안되며 공심위와 협의해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데 있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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